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위반 명단 공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현대판 ‘주홍글씨’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A미용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로 눈물을 머금고 얼마 전 감원을 했다. 인턴·스태프·파트너 등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이 157만원, 많게는 170만원 이상을 웃돌기 때문이다. 휴식을 해야 할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 교육은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저녁에 교육을 실시하고 대신 이들과 입을 맞춰 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도 하고 있다. 고발을 우려해서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은 우리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었다”며 “혹시나 앙심을 품고 내부 고발자가 나올까 우려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경기 안산 스마트허브(옛 반월공단)에서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를 경영하는 이모 대표는 “기업의 열악한 경영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명단 공개로 낙인을 찍는 것은 사업자나 근로자에게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부작용을 개선해나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대외적으로 망신을 주는 식으로 압박하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후폭풍이 명단 공개로까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큰 폭으로 뛴 최저임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최근 3,002개 자영업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임금 체불 및 최저임금 미준수 업체로 나타났다. 노조와 정부 말대로라면 10곳 중 8곳의 자영업자들이 예비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 이를 악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고용부에 고발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35세 남성이라고 소개한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부터 매일 밤 11시에 출근하고 다음날 오후3시에 퇴근한다”며 “각종 세금을 내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남은 돈을 기준으로 내 시급을 계산해보니 대략 5,500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적어 최저 시급을 지급할 수 없는데 이것을 점주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 명단 공개에 대해 “일부 사업주의 범법행위를 앞세워 편가르기식으로 선동하면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도 주지 못하는 사업장은 거의 대부분 회사가 망하기 직전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업장의 명단 공개는 사실상 식물인간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며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것인지, 지불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따져본 뒤 잘잘못을 지적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민주노총 명단 공개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중소상인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여론을 뒤집으려는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온갖 핑계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묻지마식’ ‘막가파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10개 명단을 발표하겠다. 강력하게 처벌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지수가 3개월 연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월 중소기업인의 가장 큰 경영 애로로 ‘인건비 상승’이 1순위로 꼽히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심희정·박해욱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