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입 통상교섭실장이 지난달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던 한미 FTA 개정 1차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후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웬디 커틀러 같은 여성 수석대표가 나올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1년 전인 2017년,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던 당시 유명희 FTA 정책과장의 예언이다. 그의 예언처럼 딱 햇수로 10년을 넘기기 전에 한국판 웬디 커틀러가 탄생했다. 또 그 자리의 주인공도 바로 그 였다.29일 임명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임 통상교섭실장은 우리나라 여성 통상 전문가 1호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2년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보고 3년 뒤인 1995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전문가 선발에 지원해 합격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두 번째 FTA인 한·싱가포르 FTA 때 협상 테이블에 앉은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싱가포르가 무리한 요구를 해오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강단을 보이기도 하고, 상대국으로부터 ‘협상을 아는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논리정연하게 협상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2005년 통상교섭본부의 초대 FTA 정책과장으로 파격 인사 발령이 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외교부 과장급 고시 기수로 3~4년이나 빠른 승진이었다. 이후 시작된 한미 FTA 협상에선 서비스와 경쟁, 두 개 분과를 진두지휘하며 맹활약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유 신임 실장을 두고 여성으로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한 강경파 협상가 ‘칼라 힐스’에 견주기도 했다. 그는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에서 통상법을 공부하며 유창한 영어 실력과 빈틈없는 논리로 상대국 협상단을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뉴욕주와 워싱턴D.C.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공직생활에서도 줄곧 통상분야에서만 근무했다. 통상 업무에서 빗겨나 있었던 시기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사관, 청와대 외신대변인 정도에 불과하다.
유 신임 실장은 10년전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당장 31일 열리는 한미 FTA 개정 제2차 협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협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 되는 것이다. 통상정책국장 직함으로 지난 1차 협상 때부터 공식적으로 수석대표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번 승진으로 명실상부한 수석대표가 되는 셈이다.
한편 유 신임 실장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통상정책국장에는 김용래 전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이 인사 발령 났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