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극 중 설정은 실제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벌어지기 어려운 모습이다. 극 중 검사는 과실치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기결수’이고 사기범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이 진행 중인 ‘미결수’이기 때문이다. 기결수와 미결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같은 시설에서 수용될 수 없다.
미결수는 도주나 증거 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구치소’에 일시적으로 구속된 자를 말한다. 아직 유·무죄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된 기결수와 같은 시설에서 수용할 수 없고 구치소 내에서 노동도 할 수 없다. 이에 반해 기결수는 원칙적으로 ‘교도소’로 이감돼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기결수라도 구치소 안에서 수감자 배식이나 세탁을 돕겠다고 자원하면 구치소에 남을 수 있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의복 색상에도 차이가 있다. 기결수는 유죄가 확정된 사람으로 반드시 국가가 제공하는 수의를 입어야 한다. 미결수 수의는 관급 의류와 자비 구매 의류로 나뉜다. 여성 미결수의 경우 겨울에 국가에서 연두색 수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비를 내고 연갈색 수의를 사서 입을 수도 있다.
미결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로 추정되므로 유죄 확정의 상징인 수의 착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미결수의 수의 미착용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아직 형을 확정받지 않은 자라 할지라도 수감 중 재판이나 수사를 받으러 구치소 밖으로 나올 때 수의를 반드시 입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은 1999년 이후부터 바뀌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시 구치소에 수감됐던 인권운동가 서준식씨 등은 아직 유·무죄에 대한 판단도 받지 않은 미결수가 왜 수의를 입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수의를 입었다는 것만으로 국민에게 유죄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는데다 수사 과정에서 모욕감과 수치심 등 심리적 위축으로 미결수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씨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1999년 이 같은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격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영화 ‘검사외전’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