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2011년 1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만들어진 후 2015년 2편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그리고 이번 3편으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탄생했다. 김명민의 필모그래피 중 아예 판을 깔고 웃기기로 마음먹은 독보적인 작품이다. 뭐든 마음먹은 대로 연기를 해내고 마는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세 번째 시리즈에서도 제대로 웃기고야 만다.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기억을 읽은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극.
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초반에 코미디가 강세고 뒤에 드라마에 집중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1, 2편 보다 탄탄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원 씨가 너무 열연해주셨다”고 ‘조선명탐정3’의 전반적인 느낌을 밝혔다.
‘조선명탐정’이 2011년부터 8년간 명맥을 이어오면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특유의 코믹극을 그리워한 관객들도 많았다. ‘조선명탐정3’ 개봉에 기대 반응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자 김명민은 “4, 5탄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우리만의 잔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갈수록 우리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영화에 진지하게 접근함을 언급했다.
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조선명탐정’은 1, 2편에 이어 3편까지 설 시즌에 개봉을 확정하며 관객들을 찾아간다. “저희 영화를 3년에 한 번씩 설날에 보다가 4탄이 안 나오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이제는 설날에 ‘명탐정’을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거라고 본다. 그렇게 명맥을 유지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 어릴 때 ‘성룡 영화’를 본 세대로서 한국에서도 그런 시리즈가 나왔으면 한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능청맞게 명탐정 김민 역할을 선보여온 김명민이지만 이번 편에서는 개그감이 한껏 치솟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오죽하면 김민의 상황을 연기적으로도 즐기는 느낌이다. “촬영하면서 여행가고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촬영장에서 만날 옛 가족들이 생각났다. 모든 스태프들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촬영장에 왔다고 하더라. 그런 냄새가 그대로 화면에 배어나온 것 같고 드러나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메이킹 필름을 봐도 가식적인 현장 분위기가 아니다. 화면 안과 화면 밖이 거의 똑같은 분위기다.”
이번 편에서 스태프, 배우들과 매 장면 눈빛만 봐도 통했다며 특별한 동료애를 자랑한 김명민은 1편의 첫 촬영이 있던 당시를 떠올리며 “1편에서 서로 멘붕이 왔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 현장을 갔는데, 모니터룸에 배우들 자리가 없더라. 스태프들은 쉴 틈 없이 일사분란하게 뛰어다니고 감독님도 현장에서 쉬지 않고 모든 지휘를 통솔하셨다. 앉아서 모니터를 안 보시고 계속 서서 카메라에 있는 화면을 보시며 컷을 날리시더라. ‘저 분은 검객인가? 어떻게 저렇게 컷을 날리시지?’ 생각했다. 우리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생각하다가 툇마루 끝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적응하는 데 2~3주 정도가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현장을 즐겼다. 그 때 지나고 보니 김석윤 감독의 스타일을 알겠더라. 완벽한 콘티를 짜서 내일 촬영까지 끌어다 척척 촬영하는 선택과 순발력이 좋다. 저희는 항상 뒷 촬영분까지 땡겨와서 효율적으로 촬영했다. 워낙 꼼꼼하신 분이라 완성도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독님은 모텔에 들어가셔서도 현장 편집을 하시고 다음 장면에 대해 콘셉트 회의를 계속 하셨다. 쉬는 날도 쉬지 않고 작업하시고 아침부터 카메라 워킹, 리허설을 미리 다 하셨다. 그렇게 완벽주의자이시고 철두철미하시다.”
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같은 캐릭터를 3편까지 끌고 가면서 변주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하기는 했다. 1, 2편에서 소위 간을 보며 연기했다면, 이제는 관객들에게 캐릭터 이미지가 박혀있을 거라 생각해서 연기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 3탄은 정말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
1편의 한지민, 2편의 이연희에 이어 이번 3편에서는 김지원이 ‘조선명탐정’의 새로운 홍일점으로 투입됐다. 김지원은 코믹한 배경 속에서 아픈 서사를 지니고 진지하게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맹활약을 했다. 김명민은 “처음에는 (김지원이) 긴장을 많이 했다. 몇 년을 함께한 이들의 현장에 들어왔으니 그럴 법했다. 우리는 여배우를 떠받들 준비만 하고 있었다.(웃음) ‘오시기만 해봐라’라고 생각했다. 모든 포커스를 김지원 씨에 맞췄다. 김지원 씨가 처음에 들어와서 어색함을 가졌겠지만 며칠 사이에 다 깨졌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 씨는 연기에 몰입해 들어가면 딴 사람 같다. 떨리고 긴장된다고 하면서도 연기를 잘 해서 ‘천생 배우구나’ 느꼈다. 여러 톤을 구사해야 했는데 복합 다중적인 걸 잘 구사했다. 기대보다 더 잘 연기해줬고 김지원 씨로 인해 영화가 많이 돋보인 것 같다. 멜로 라인이 있어서 나도 조명 덕을 봤다”고 김지원의 연기를 극찬했다.
코믹활극 ‘조선명탐정’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물이기도 하다.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처럼 가능하다면 계속 도전하고 싶은지 묻자 “그 때까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다. 신체적으로 해리슨 포드의 나이 때까지는 힘들지 않을까.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우리 영화는 액션 대신 말로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번 편에서도 말로 하는 장면이 많다. 아주 길게는 못 가겠지만 멋지게 끝내고는 싶다”고 대답했다.
‘조선명탐정3’는 이전보다 한층 탄탄해진 드라마와 감동, 짜임새의 강점을 띠고 있다. 이번 편만의 새로운 시도로 김명민은 “드라마적인 부분에 감독님이 많은 욕심을 내셨다. 1, 2편에서 드라마가 부족했다면 3편은 드라마 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몇 가지를 다 한 번에 가져갈 수는 없을 텐데 톤 앤 매너를 다르게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편이 나에게는 고무적이다. ‘명탐정’을 보면서도 울 수 있다는 시도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