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에...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

공공기관운영위 심의·의결
산은·수은 공기업 전환도 철회
강원랜드는 공기업으로 변경

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유형을 변경한다는 계획도 철회했다. 정부가 금감원과 산은·수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관치’ 논란이 제기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31일 ‘2018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에 이어 지난해 채용 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공공기관 지정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그럼에도 지정을 유보한 것은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통해 금융업 감독 업무 권한까지 떠안게 되면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집권 초기 정부조직 개편 최소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단 공운위는 금감원에 채용비리 근절 대책과 공공기관 수준의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공운위는 금감원이 이를 미흡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산은과 수은 역시 현 지위인 기타공공기관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산은과 수은이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전체 수입의 85% 이상을 직접 벌어들이는 등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한 데 이어 두 은행이 조선·해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경영 논란에 눈을 감았고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징벌적 차원의 공기업 지정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이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타공공기관인 현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산은과 수은은 공기업 수준에 준하는 엄격한 경영평가 등 조치계획을 수립해 이행실적을 공운위에 연 1회 이상 보고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이 연루된 채용비리로 논란을 키운 강원랜드는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변경 지정됐다. 공기업 지정을 반대했던 지역민의 우려를 감안해 경영평가시 폐광지역 진흥 기여 노력 등을 반영한다.

공운위는 에스알(SR)과 공영홈쇼핑 등 9개 기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신규지정했고 소규모 기관으로 지정 실익이 적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다. 한국관광공사 등 6곳은 기관 유형이 변경됐다. 공운위는 “신규 지정 공공기관은 경영공시와 고객만족도 조사로 투명성이 높아지고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바뀐 곳은 엄격한 경영평가가 적용돼 책임성과 서비스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공공기관은 총 338개로 전년 대비 8개 증가했고 유형별로는 공기업이 35개, 준정부기관이 93개, 기타공공기관이 210개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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