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암호화폐 채굴(마이닝)에 최적, 수익률 76%"

림홍주앙 XSQ 대표 "전기료, 인터넷망, 정부 정책 안정"
싱가포르 최대 농산물 유통업체 창업자에서 마이닝 업체 창업자로 변신
채굴한 암호화폐로 새로운 암호화폐 투자… "기존 산업을 새로운 경제로 옮겨가도록 돕는 것이 미션...땅과 내수시장 좁은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산업이 최선의 선택"
"블록체인, 10년내 전기나 인터넷처럼 일상생활에 녹아들 것...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비전 있는 곳에 투자"
"암호화폐 가치는 기술혁신에 달려... 비트코인, 이더리움 앞서는 신규 암호화폐 나올 것"

림홍주앙 엑스에스큐(XSQ) 대표
“싱가포르는 마이닝(암호화폐 채굴)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전기료·인터넷 망·정부의 정책이 모두 안정적입니다. 수익률은 76% 안팎입니다. 싱가포르는 제조업을 주변국에 다 뺏겼고, 땅도 좁고 내수시장도 좁습니다. 최선의 선택은 좁은 공간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핀테크, 그중에서도 암호화폐(가상화폐)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업에서 마이닝으로 전환했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농산물 유통업체 창업자에서 싱가포르 최대 마이닝 업체 창업자로 변신한 림홍주앙(Lim HongZhuang·34·사진) 엑스에스큐(XSQ) 대표(CEO)는 최근 싱가포르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블록체인은 10년내 전기나 인터넷처럼 일상생활에 녹아 들어가 있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기존 산업을 새로운 경제(코인 이코노미)로 옮겨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홍주앙 대표는 “싱가포르 정부는 마이닝 등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금지도 육성도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싱가포르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암호화폐 산업에 적극 뛰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마이닝 공장이 지방에 있는 것과 달리 XSQ 공장은 싱가포르 한복판, 그것도 정부 청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그는 마이닝 공장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옮겨왔다. “말레이시아가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쌌지만 전기나 인터넷이 끊기고 치안이 불안해서 사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싱가포르는 원유 정제산업이 발달했고 LNG 생산국이 주변에 있어 전기가 풍부하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해저 케이블의 허브로 인터넷도 안정적이고 치안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홍주앙 대표는 “반도체는 대만, 금융은 홍콩, 제약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제조업은 주변국 등에 다 뺏겼다”며 “땅도 좁고 내수시장도 적은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적은 공간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 할 수 있는 핀테크, 블록체인 산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XSQ는 암호화폐를 채굴해 시장에 팔지 않고 ICO(신규 코인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참여해 새로운 암호화폐에 투자한다. 세상을 풍성하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암호화폐에 투자해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투자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는 “우리가 잘 이해하는 비즈니스 모델, 철학과 지향하는 비전이 맞는 창업자,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충만한 의지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투자한다”며 “사업은 돈만 벌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에 가치를 더하겠다는 큰 그림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XSQ은 현재 551대인 채굴 장비를 오는 6월까지 6,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 달에 3,000이더리움(1이더 120만원 기준 36억원) 가량을 채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이더 120만원을 기준으로 한 수익률은 76%로 상당히 높다. 홍주앙 대표는 “농업과 마이닝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농업은 날씨와 가격, 마이닝은 난이도(채굴량)와 가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에 초점을 맞춰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닝의 높은 수익률은 전기료 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에 따른 관리비 절감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XSQ의 마이닝 공장. 과거 CD(컴팩트 디스크) 제조공장이었지만, 수요가 줄고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문을 닫았다. XSQ는 이곳과 두 개의 옆 건물에 올 상반기 중으로 6,000대 가량의 채굴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왼쪽 끝에 설치 대기 중인 채굴기가 쌓여 있다.
홍주앙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싱가포르 매니지먼트 대학에서 계량재무(Quantitative Finance)를 공부하고 골드만삭스 런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파생상품 등을 설계했다. 졸업 후 골드만삭스의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중국, 인도 학생이 3분의 1은 됐고 똑똑한 그들은 투자은행 등에 취업했다”며 “성공하기 위해선 그들과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연고도 없던 말레이시아에서 농업으로 성공한다면 싱가포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많이 힘들었지만, 농업으로 창업해 10년 만에 싱가포르 최대 농산물 유통회사로 키워 2014년 큰 돈을 받고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생존하는 법도 터득했다”며 “학교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졸업생 중에 농부는 내가 유일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윌슨림(왼쪽부터) XSQ 관리팀장, 림홍주앙 CEO, 리드주안 아심 CTO가 설치 대기 중인 채굴기 박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의 성패가 기술혁신에 달렸다고 믿는다. 홍주앙 대표는 “암호화폐는 혁신이 없으면 가치도 없고, 기술이 안 좋으면 가격도 내려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확장성에 제한이 있어 최초의 암호화폐라는 상징성 이상의 가치로 올라가기는 힘들고, 이더리움은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는 암호화폐들이 앞으로 계속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싱가포르=우승호기자 derrida@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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