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절차에 따랐으니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반려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가 최악의 상황으로 반려되면 수억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물 수도 있어 조합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송파구 B단지 조합 관계자)
송파구청에 이어 서초구청도 지난해 말 재건축 단지들이 제출한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류 검증을 한국감정원에 의뢰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해당 지역 단지 조합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내용에 대해 감정원에 타당성 검증을 맡긴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다 현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일부 서류 미비 등 경미한 하자를 문제 삼아 관리처분계획을 반려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면제를 예상하고 연초나 최근에 해당 단지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청이 전날 미성·크로바와 잠실 진주아파트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류 검증을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데 이어 서초구청도 주요 단지들에 대한 서류 검증을 감정원에 맡기는 것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와 한신 4지구 등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감정원 의뢰를 위한 부속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에서 지난해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이 밖에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13·14·22차, 서초 신동아 등 7개 단지다.
서초구 한신 4지구의 한 관계자는 “일정이 촉박했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날짜에 맞춰 신청했고 최근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업시행인가 취소 소송도 취하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감정원에 서류 검증을 맡길 예정이라고 하니 긴장이 안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재건축 사업 시행자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내용에 대해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타당성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관련 제도가 지난 2012년 시행된 후 지금까지 30여곳의 지방 정비사업장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이뤄졌는데 인가 신청이 취소된 곳은 없었다.
다만 정부가 해당 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류를 철저히 검토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다 감정원이 현미경 검증에 나서 예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던 오류나 서류 누락,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을 경우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반려되는 단지가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려되는 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물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잠실 진주아파트 등의 관리처분 신청 과정을 정부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잠실 진주의 경우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분쟁 등으로 인해 시공사와의 도급계약 서류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처분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반성용 잠실 진주아파트 조합장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관리처분인가에 시공사 계약서 첨부가 필수요건은 아닌 것으로 나와 있다”며 “조합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단지들의 시세에 아직 큰 변동은 없지만 단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천동 T공인중개사 대표는 “잠실 미성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당장 쏟아져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원이 관리처분인가 서류를 검증한다는 보도가 나온 후 집주인들이 움찔하는 분위기”라며 “전용 59㎡가 11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이것이 어떻게 거래되느냐에 따라 시세 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원 검증 이후 관리처분인가 신청서가 반려된다면 매물이 늘어나는 등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포동 L공인중개사 대표도 “반포주공 1·2·4주구 전용 84㎡, 전용 107㎡의 경우 지난주보다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신 4지구에 속하는 신반포8차 전용 53㎡의 호가도 14억원 수준으로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