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대우건설 새주인으로..건설업계 지각변동 오나

산업은행, 우선협상자 선정
지분 40%인수...잔여분 2년뒤에
주택중심서 대형 종합건설사로

건설시공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50.75%)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 지분 중 40%를 즉시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기로 했다.

호반건설은 잔여 지분에 대해 산은에 풋옵션을 부여하며 리스크 보완을 위해 금융기관의 매입확약 및 지급보증을 받을 방침이다. 산은은 2년 뒤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면 잔여지분 10.75%에 대한 상승 잠재력(upside potential)을 공유할 수 있다.

매각 가격은 주당 7,700원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인수 가격은 1조6,000억원가량이며 지분 40%만의 인수대금은 1조2,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이 3조2,000억원 점을 감안하면 취득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판 셈이다.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장은 “호반건설의 건실하고 탄탄한 재무능력과 대우건설의 우수한 기술력, 전문인력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면서 건설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주택사업 위주였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토목·플랜트·해외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양사 간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경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호반에 흡수되는 대우건설이 앞으로도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는다.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 부문 매출을 늘려야 하는 대우건설이 해외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새 주인을 만난 것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은 외형에서도 차이가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8조3,012억원을 기록해 삼성물산·현대건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호반건설은 2조4,521억원으로 13위였다. 최근 3년간 대우건설의 공사실적은 공공·민간을 합쳐 13조4,059억원으로 호반건설의 3조3,217억원에 비해 4배 이상이다.

호반건설로서는 단숨에 대형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합병할 가능성은 작지만 양사의 시공평가액을 합치면 10조7,534억원으로 10조원대에 진입하게 된다.

주택사업 위주인 호반의 포트폴리오 역시 확장된다. 대우건설은 토목·주택건축사업·플랜트사업을 고루 영위하고 있다. 올해 3·4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57%가 주택건축에서 발생했고 플랜트(23%), 토목(16%) 순이었다. 특히 시공실적 중 23%가 해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호반그룹 전반에 녹아 있는 친족경영 방식으로 덩치 큰 대우건설을 컨트롤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대우건설 내부의 반발이 상당한데다 양사의 이질적인 조직문화도 걸림돌이다. 자금조달이나 해외 수주 측면에서 대우건설이 누려온 산은 프리미엄이 사라진 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호반건설의 경영방식을 대우건설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더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우건설이 초기 경영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희영·이완기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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