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는 올림픽]엎드린 스켈레톤이 씽씽이면... 누운 루지는 쌩쌩이네

썰매 3종 속도 차이
머리, 발 공기저항 4.5배 차이
공식 최고속도 루지>스켈레톤
스타트 가장 늦지만 가속도 붙어
봅슬레이도 스켈레톤보다 빨라



시속 153.97㎞. ‘루지 영웅’ 펠릭스 로흐(29·독일)가 지난 2009년 세운 공식 최고 속도다. 같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전력질주 후 썰매에 올라타는데도 공식 최고 속도가 각각 153㎞, 140.8㎞로 루지보다 느리다.

썰매 3종 속도의 차이는 썰매를 타는 방식에서 찾는다. 스켈레톤은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앞으로 향해 질주하지만 루지는 누워서 발을 앞으로 향해 내려간다. 루지는 발로, 스켈레톤은 머리로 공기저항을 받는 것이다. 공기를 헤쳐야 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스켈레톤의 공기저항은 루지보다 4.5배나 크다. 봅슬레이는 썰매가 다른 두 종목에 비해 무거워 스타트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지만 경기 중 가속도가 붙어 스켈레톤보다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루지의 출발지점 경사가 다른 두 종목보다 10도 정도 가파르게 설계된 것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봅슬레이·스켈레톤은 선수가 달리면서 출발하기 때문에 출발지점이 평평하지만 루지는 출발지점이 경사로기 때문에 초반 속도가 더 빠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루지 스타트 지점의 고도는 930.5m로 다른 두 종목보다 0.5m가량 높다.


하지만 ‘스피드 강자’ 루지라고 해도 무제한 속도를 낼 수는 없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 국제루지연맹은 ‘설계 시의 측정치를 기준으로 최대 시속이 135㎞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누워서 질주하는 경기 특성상 시야 확보가 어려워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흐가 2009년 찍었던 시속 153.97㎞는 어디까지나 규정이 생기기 이전의 일이다. 지금은 그만큼의 속도를 내고 싶어도 트랙 설계에서부터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루지의 사망사고는 1964년부터 발생했다. 인스브루크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당시 영국 선수가 훈련 도중 사망했고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조지아의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가 훈련 중 쇠기둥에 충돌해 사망했다. 이런 이유로 연맹은 2014년 소치올림픽부터 트랙의 평균 경사를 출발지점에서 가장 낮은 지점까지 10%를 넘길 수 없게 하는 등 트랙 설계 단계부터 속도를 낮추도록 합의했다.

트랙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썰매 제조사들은 썰매를 통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2011년부터 미국 루지팀의 썰매 제작에 참여한 다우케미칼은 빠른 썰매를 위한 과학·디자인·제조 부문에서 지식을 동원해 소치에서 미국팀에 첫 루지 종목 동메달(여자 개인)을 안겨줬다. 다우케미칼은 유명 자동차경주인 리처드차일드리스레이싱의 오랜 스폰서로 최첨단 기술 부품 제작부터 탄소섬유 복합재료, 실란트 등 소재 성능 개선 연구에 집중해 레이싱카에 사용한 유사 기술을 미국 루지팀 썰매에도 적용했다.

다우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썰매 재료는 저온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썰매의 유연성이 부족하면 속도 제어가 어려워지는 만큼 설계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라며 “저온과 고속·관성력을 모두 아우르는 소재와 디자인이 속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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