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출 100만대 붕괴]중동 판매급감이 결정타...올해도 비상등

중동, 유가상승에도 경기회복 지연
작년 수출 18만여대로 23% 감소
노조 장기파업으로 생산도 차질
수익성 중심 경영방침 전환으로
올해 수출물량 늘리기 어려울듯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이 8년 만에 1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최대 수출 시장인 북미 시장의 부진도 있었지만 중동 시장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결정타였다. 노조의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역시 악재였다. 올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 방침에 따라 수출 물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지난해 수출량은 96만3,938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연간 수출 대수가 100만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1만1,088대)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수출 물량은 2016년과 비교하면 4.5%(4만5,354대) 감소했다. 현대차 수출은 지난 2012년 124만대로 정점을 찍고 2015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중동 시장 부진이 눈에 띈다. 중동 수출은 18만1,598대로 23.1%(5만4,845대) 급감했다. 유가 상승에도 중동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신차 판매가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에 아반떼·쏘나타 등 주요 차량을 수출한다. 도요타에 이어 중동 시장 점유율 2위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등 고급 차가 인기를 끌면서 중동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됐다. 대형차는 수익성이 좋아 이번 판매급감이 더 뼈아프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미국 외에도 중동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북미 수출량은 40만1,776대로 1년 전보다 5.6%(2만3,857대) 줄었지만 생각보다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유럽 수출량은 61% 늘었지만 물량 자체가 적어 전체 수출량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현대차 외에 기아차 역시 2년 연속 100만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아차는 2010년 이후 5년 연속 100만대 이상을 수출했지만 2016년(99만6,506대)에 이어 2년 연속 수출량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수출 감소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 신호로 우려한다. 매년 반복하는 노조 파업에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차 가격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상품성이 약화되면서 수출 물량이 줄었다는 것. 현대차의 최대 무기였던 ‘가성비’가 실종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기 위해 생산 대수 기준 1만9,600대, 매출 기준으로는 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끼쳤다. 나아가 한국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차 수출량은 지난해 262만1,715대로 5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수출 시장 역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지역 상황에 맞게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생산과 수입 물량을 조절한다. 실제로 현대차 북미 법인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한국에서 만들어 가져오는 물량을 최소한으로 줄여 재고 조정에 나섰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시장 역시 비슷한 기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생산량이 한번 줄어들면 다시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수출량 감소는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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