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묵시적 청탁' 논리...2심서 뒤집힐까

[항소심 선고 D-3]
2심 승리 장담 못하는 특검
'박근혜와 0차 독대' 추가 등
공소장 내용 4차례나 바꿔
법조계 "李부회장은 피해자
뇌물죄 인정하기 어렵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아슬아슬한 논리에 기대 1심을 이겼지만 불안하다. 서울구치소에 갇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억울하고 절박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72억원 등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5년을 받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오는 5일 연다. 이날 1심 논리가 깨지면 이 부회장은 석방될 수도 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7일 열린 부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까지 공소장 내용을 네 차례 바꿨다. 2014년 9월12일께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는 ‘0차 독대’를 추가한 게 대표적인 변경사항이다.

특검은 기존 확인된 세 차례 독대 전에 두 사람이 한 번 더 만났고 그 자리에서 삼성 현안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시기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추가 독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2014년 9월11일 밤 삼성·SK그룹 참고자료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0차 독대가 있었는데 기억 안 나면 내가 치매”라며 강력 부인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세 차례 독대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같은 현안은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논의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1심은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실제로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알았다고 봤다.

1심은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을 약속한 것 자체가 승계의 ‘묵시적 청탁’이며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논리는 1심 판결의 대전제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깨진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도 안심 못 한다. 항소심에 제출한 증거들은 묵시적 청탁을 넘은 구체적 현안 청탁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또 1심에서 제3자뇌물공여 혐의만 적용했던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에 공소장 변경을 통해 단순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했다. 단순뇌물죄였던 승마 지원에는 제3자뇌물죄를 덧씌웠다. 어느 하나가 무죄가 나와도 다른 혐의를 받도록 겹겹이 혐의를 둘러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가 “승마 지원에 제3자뇌물죄 추가를 검토해보라”고 특검에 공소장 변경을 선주문한 게 사실상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심은 공소장의 승마 지원액(약속한 금액까지 포함) 중 72억여원과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 등 총 89억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단 출연금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임원들이 최씨가 재단 배후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며 무죄 판단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초기만 해도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 피해자로 여기다가 비판에 못 이겨 뇌물공여 혐의자로 바꾼 것 아니냐”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어떻게든 뇌물죄를 씌우기 위한 공소장 같다”고 지적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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