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저조… 홍보 탓? 진짜 이유는

[앵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역대 최고인상률인 16.4%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바로 ‘일자리 안정자금’ 인데요. 해결사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 일자리 안정자금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가 사업주에게 1인당 13만원을 직접 지원해주는 정책이라는데 왜 인기가 없는건지 경제산업부 김혜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이 낮다고요?

[기자]

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생각보다 저조합니다.

1월 31일 기준 신청 건수는 1만 6,508건.

수혜 근로자는 3만 9,057명.

전체 대상자의 1.5%에 불과합니다.

당초 정부가 3조원의 예산을 낼 당시 지원대상을 267만 7,135명으로 봤습니다.

정부는 홍보가 덜 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부는 신청 건수가 아직 많지는 않은 상황인데, 보통 월 말에 임금이 지급되는 만큼 2월 초에 신청 건수가 늘어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정부가 13만원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도대체 왜 신청률이 저조 할까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막상 현장이야길 들어보면, 홍보가 덜 된 부분, 또한 월급 지급 후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는 부분들을 감안 하더라도 신청 건수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일까요?

[기자]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은 4대 보험입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 꼭 가입을 해야만 합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 종업원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만 1인당 13만원을 받을 수 있는 대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보험가입비가 지원받는 13만원 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실제,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습니다.

최저임금 7,530을 주 40시간 기준 월 급여로 환산하면 157만원입니다.


이에 대한 국민연금은 7만 650원, 건강보험은 5만 2,590원, 고용보험 1만 4,130원, 산재보험 1만 3,000원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주는 총 15만 370원을 내야 하는 겁니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 겁니다.

특히, 사업주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장기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드물어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아르바이트생이 오히려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157만원을 받는 경우 4대 보험에 가입을 하면 근로자는 보험료로 13만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산재를 제외한 세 가지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동으로 1:1의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일부 지원을 해도 한 푼이 아쉬운 아르바이트생에겐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월급에서 줄어들다 보니 주저하는 겁니다.

[앵커]

이외에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기자]

바로,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정규직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7’ 보고서의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00만명을 훌쩍 넘어섭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 7,000명 가운데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무려 266만 4,000명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2016년 기준으로 당시 최저임금은 6,030원 이였습니다.

이때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66만명에 달했는데 과연, 현재 7,530원의 최저임금을 지키는 사업주가 얼마나 될까요?

상식적으로 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줄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을 준다는 전제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사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러나, 영세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제,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가 있었는데, 20분만에 파행으로 끝이 났습니다.

노동위원 쪽에서 어수봉 위원장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놓고 경영계의 편을 든다며 사퇴하라는 목소리 높이기에 바빴습니다.

경영계는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이 있는 상여금도 기본급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산정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 위원장이 이런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며 노동위원이 회의를 파장으로 몰고 간 겁니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겐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니, 마니 하는 문제는 딴 나라 얘기입니다. 당장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수백만의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기득권 노조들의 몽니로 비쳐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당장, 비정규직, 보험 문제 등 3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조차 원활하게 집행이 안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계가, 단순히 기득권 노조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다시금 반문해 봐야 할 때입니다./김혜영기자 hyk@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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