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오른쪽) 영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취임 후 처음으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지만 한때 ‘황금시대’를 자랑하던 양국관계가 이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메이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과 90억파운드(약 14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문제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메이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도 미진한 반응을 보이자 중국의 반응도 식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메이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메이 총리와 시 주석은 “영국과 중국은 황금시대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시대는 메이 총리의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다.
하지만 일대일로에 대한 두 정상의 태도는 엇갈렸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열려 있고, 투명하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계획”이라며 “중국과 영국은 일대일로라는 틀 안에서 협력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로는 시장 규칙과 국제법의 영역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메이 총리는 “(일대일로가) 각국과 세계의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통신은 시 주석이 일대일로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 않은 영국을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친중 성향이 강했던 캐머런 전 총리에 비해 신중하고 소극적인 메이 총리의 태도가 양국 경협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원전·인프라에 치중한 일대일로 사업이 자국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메이 총리는 전날 리커창 총리와 회담 후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주요 외신과 중화권 매체들은 메이 총리의 방중 기간 90억파운드 규모의 경협이 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1996년 광우병 사태 이후 중단된 영국산 소고기 수입도 재개하기로 했다. 메이 총리는 “중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합의했다”고 강조했으며 리 총리도 “브렉시트는 양국의 기본적인 무역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50여명의 기업인 등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한 메이 총리는 2일 상하이로 이동해 영국과 중국 기업 대표들을 만나는 것으로 방중 일정을 마무리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