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天弓)’ 양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계약팀·사업팀 담당자들이 방산업체 LIG넥스원 측에 계약상 수백억대 특혜를 준 것이 적발됐다. /연합뉴스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天弓)’ 양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계약팀·사업팀 담당자들이 방산업체 LIG넥스원 측에 계약상 수백억대 특혜를 준 것이 적발됐다. 담당자들은 이들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쓰고 골프·식사 등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자신의 재취업은 물론, 아내·조카·처남까지 관계사에 취업시키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천궁 양산산업 계약실태’ 감사결과를 1일 공개했다. 방위사업청 천궁사업팀은 2012년 7월 10일 천궁 초도양산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레이더·교전통제소·발사대를 분리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분리계약이 일괄계약보다 경제적·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방사청 계약팀장 A씨는 사업팀에 계약형태 결정은 계약팀의 고유권한임을 내세워 일괄계약으로 조달을 요구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결국 2012년 12월 26일 일괄계약으로 LIG넥스원과 초도양산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분리계약과 비교했을 때 176억원을 초도양산 일괄계약에 따른 위험보상 등의 명목으로 LIG넥스원에 더 지급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3년 1월경 LIG넥스원의 협력업체 B사 관계자에게 취업을 청탁했다. 이후 A씨는 전역 후 다음달 B사 상무로 재취업해 3년간 급여로 2억3,800만원을 받았다. 또 A씨는 2013년 4월 LIG넥스원에 천궁의 무정전 전원장치를 관급하는 C사에 유리하도록 품목 사양서를 수정해 달라고 요구한 뒤 전역 후 C사의 법인카드를 받아 7,300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심지어 2015년 11월에는 자기 아내를 C사에 취업시켰다. A씨의 아내는 1주일에 2∼3회 비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월 280만원씩 총 5,789만원을 받았다.
초도양산 원가감독관 D씨는 계약팀이 천궁 계약 형태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자 원가분석도 하지 않고 LIG넥스원 관계자로부터 천궁체계 설명자료를 받아 이를 토대로 일괄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그리고 D씨는 2012년 6월 자기 조카를 LIG넥스원에, 그해 9월 처남을 LIG넥스원 협력업체에 취업시켰다.
후속양산 사업팀장 E씨는 2014년 6월 LIG넥스원으로부터 일괄계약이 유리하다는 식으로 작성된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기초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분리계약때보다 LIG넥스원에 200억원을 더 보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후 E씨는 LIG넥스원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450만원 상당의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퇴직자인 A씨와 E씨, 현직자인 D씨의 비위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D씨의 경우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9월 A·E·D씨 및 LIG넥스원과 협력사 관계자 2명 등 총 5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을 하고, 10명에 대해서는 수사 참고자료를 보냈다.
감사원은 방사청이 경제성·사업관리의 효율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계약형태의 결정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단순히 일괄계약과 분리계약 중에서 결정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방위사업청은 천궁 초도계약·양산계약에서 계약형태에 따른 차이점 검토 없이 일괄계약형태로 체결해 LIG넥스원에 376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예산절감 기회를 잃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일괄·분리계약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체계종합업체가 구성장비 제조업체보다 해당 장비에 대한 이윤을 과다 보상받지 않도록 방산원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무기체계 획득업무 담당자들이 폐쇄적인 조직에서 상명하복식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계급 정년제로 인해 조기전역 후 재취업 부담으로 인해 부정한 청탁 등의 유혹에 상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