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검은 금요일']한달새 114兆 증발 '비명코인'

中 채굴 금지·印 옥죄기 가세
G20서도 규제책 논의 예정 등
글로벌 가상화폐 압박 거세져
1월 초 정점 찍은후 수직낙하

“세계가 짜고 치기라도 한 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악재가 나오네요. 올라갈 때는 한없이 올라갈 듯하더니 떨어질 때는 완전히 나락이네요. 제정신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달 끝을 모르고 치솟았던 가상화폐 가격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괴로움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중순 고점에 비해 60% 증발했으며 다른 가상화폐들은 그보다 더욱 많이 빠졌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 1월 초까지 가상화폐 가격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솟았다. 가상화폐 인덱스 사이트 CPEX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100이던 전체 가상화폐 인덱스는 12월 중순 800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올랐으며 그 뒤로 리플과 이더리움이 번갈아가며 상승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가상화폐 가격은 올해 1월 초 정점을 찍은 후 거의 내리꽂히다시피 하락했다. 가상화폐 전체 인덱스는 고점의 4분의1 수준인 211까지 떨어졌으며 2,300선까지 올라섰던 리플을 포함한 기타 가상화폐 인덱스는 500선까지 주저앉았다. 이에 비트코인 시총은 절반 이상 증발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세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일 오후10시 현재 비트코인의 시총은 1,322억달러로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17일의 3,363억달러에서 61% 줄었다. 1월1일 시총이 2,376억달러였음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1,054억달러(약 114조원)가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전 세계 정부의 압박이 올 들어 거세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가상화폐를 새로 발행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에서 위안화 거래를 차단한 데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가상화폐를 획득하는 채굴마저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해 돈줄을 조이고 있으며 거래소 완전 폐쇄라는 극단적인 방안도 여전히 검토 중이다. 여기에 인도 정부도 가상화폐 이용을 없애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규제에 가세했다.

비트코인 선물 허용과 ICO 제한적 허가 등을 도입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미국에서도 악재가 터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텍사스 소재 ‘어라이즈뱅크’가 ICO를 통해 모은 6억달러(약 6,432억원)를 동결하면서 추가적인 ICO를 금지했다. 어라이즈뱅크가 지난해 ICO를 하면서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데다 은행 지분 매입과 비자카드 제휴 등 허위사실을 고지했다는 명목이다.

무엇보다 큰 악재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글로벌 대표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피넥스가 가상화폐 테더 발행량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테더는 달러와 1대1의 교환비율을 지녀 다른 가상화폐와의 교환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테더 측이 테더 발행량만큼 달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이들은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던 지난해 11~12월 테더 코인 19억개를 집중적으로 발행해 가상화폐 시장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폭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오는 3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이용을 막기 위한 글로벌 공조가 논의될 예정인 것도 시장 위축의 요인으로 전망된다.

거듭된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현재의 가치는 거대한 거품이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코인베이스(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9,000달러 아래로 내려왔으나 그것이 근본적인 가치에 도달하려면 90% 더 빠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투자자가 확 몰리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이상 급등했던 것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조권형·김기혁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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