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구급차 자폭테러부터 인터콘티넨털호텔 테러, 시아파 종교시설 폭탄테러, 스포츠경기장 자폭테러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 달여간 아프간에서 잇달아 발생한 테러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구급차 테러의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었고 시아파 종교시설 테러도 사망자 50여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100여명에 달하는 등 규모가 크고 빈번해졌다. 금기시됐던 병원 및 종교시설까지 대상으로 삼으면서 수법 역시 잔혹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 테러를 넘어 무언가를 선전하려는 듯한 과감함이 엿보이는 최근의 ‘변화’ 원인으로 점차 세력을 잃어가는 탈레반의 자리에 시리아 등지에서 거점을 잃은 IS가 스며들면서 탈레반과 IS 양측에서 ‘세 과시’형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실제 구급차와 호텔 테러는 탈레반 소행임을 자처했고 군사학교와 시아파 종교시설, 뉴스통신사·경기장에서 발생한 테러는 IS가 각각 배후임을 선언했다. 두 무장단체 간 패권경쟁으로 아프간 내전이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기습 테러공격으로 변하는 가운데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족·종교분쟁마저 격화하면서 올해 아프간에서 종교형 테러 등이 본격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18년째 아프간에서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배경에서 찾아야 한다. 아프간은 시아파 이란을 시작으로 수니파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와 옛소련 국가인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은 물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인도와는 지척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다. 인도와 중국·러시아·유럽의 힘이 맞닿는 이곳에서 미국이 발을 뺀다면 지역 패권을 둘러싼 주변 정세는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IS까지 가세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앞서 2014년 아프간 완전철군 계획을 발표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듬해 이를 철회한 것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하며 각종 지역 문제에서 발을 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아프간에 대해서는 지난해 전력확대 방침을 표명한 것도 복잡한 아프간 해법을 찾지 못한 미국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최근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1년 동안 아프간 내 미군 사상자는 모두 141명으로 전년 대비 35%나 급증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은 약 1만1,000명으로 미국은 3,000여명의 군인을 더 파견할 계획이다.
물론 계속되는 전쟁의 포화로 신음하는 것은 아프간 민중이다. 아프간인들의 평균 수명은 45세 내외로 40대만 돼도 노인 취급을 받는다. 내전 장기화로 나라가 산산조각나면서 한집안에서 큰아들은 정부군, 작은아들은 탈레반에 소속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도 허다하다. 오랜 전쟁으로 대부분의 농토가 유실된데다 매장된 원유도 없어 현재 아프간에서 생산되는 작물은 정상 경로로는 유통이 불가능한 양귀비 정도다. 수도 카불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곳은 다름 아닌 아편굴이다.
BBC는 “아프간을 통치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범죄 네트워크”라며 “세를 과시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려는 테러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