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한샘 사내 성폭행 사건의 피해 여직원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건이 잊혀지고 있지만, A 씨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샘 성폭행 사건이 최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피해 여직원 A씨가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촉발된 당시 사건은 회사가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다. 한샘은 회장이 피해 여성에게 직접 사과하는 한편 △기업문화실 신설 △모성보호제도 도입 △회식 문화 개선 등 기업문화 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피해 직원 A씨의 회사 복귀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뒤 한샘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한샘은 지난해 11월 8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설치했던 기업문화실을 지난해 말 기업문화위원회로 바꿔 최양하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구조로 바꿨다. 사내 성 평등 이슈와 인사제도, 상생협력 등 기업 문화 혁신과 관련된 일을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다. 여성인권 및 기업문화 분야의 외부전문가들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자문단도 3개월째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피해 여직원 A씨의 회사 복귀는 무산됐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30일이 지나면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A씨는 지난해 11월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메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 측은 사표 수리를 계속 미루다가 지난해 말 최종적으로 수리했다.
김상균 변호사는 “한샘 측에서 사표 수리 대신 휴직처리 등을 제안했고, 심리 상담사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A씨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A씨가 받은 상처의 골이 매우 깊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A씨 사직과는 별개로 전 교육팀장과 전 인사팀장 등 가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재고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내 성폭행 사건을 조사 중인데 재고소를 하게 되면 조사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잠시 미뤄둔 것”이라며 “인권이 조사 결과가 나오는 2월 10일 이후 가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