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강원 평창의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모의 개막식을 찾은 관람객들이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채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지난 2011년 7월 자크 로게 당시 국제올림픽위원장(IOC)은 IOC 더반 총회에서 “피영창(평창)”을 외쳤다. 그로부터 거의 7년, 평창이 동계올림픽에 처음 도전한 2003년으로부터는 15년이 지났다.
시련과 환희의 세월을 두루 거쳤기에 더욱 특별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마침내 이번주 막을 올린다. 1988서울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자 아시아 국가로는 두번째(일본 두차례)로 개최하는 동계올림픽. 평창올림픽은 오는 9일 오후8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미 각국 선수단이 속속 선수촌에 입촌하는 가운데 5일은 ‘평창 위크’가 열리는 날이다.
어렵게 유치에 성공한 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관심 저조, 북한 6차 핵실험 등 위기가 많았던 평창올림픽은 이후 새 정부 출범과 북한의 참가 결정 등 극적인 순간들을 함께하며 경기 내외적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 문을 열게 됐다. 전 세계 22억명의 시청자가 평창을 주목할 예정. 3일 자원봉사자 가족 등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모의 개막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한국 첫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맛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IOC를 통해 살짝 공개된 개막식 리허설의 공연을 보면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백호가 다섯 아이와 뛰노는가 하면 원형 무대를 캔버스 삼아 대형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장구 등 전통악기와 전통 무용을 앞세운 흥겹고 웅장한 무대도 빠지지 않았다. 송승환 개·폐막식 총감독과 양정웅 개막식 총연출은 “조화와 융합을 콘셉트로 다섯 아이의 모험을 통해 한국의 역사·문화를 한편의 겨울동화처럼 환상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는 2,925명. 참가국(92개국)이나 참가 선수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북한이 8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참가, 올림픽 역대 최초로 단일팀(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팀)을 꾸렸다. 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은 12년 만이다. 단일팀 구성에 있어 우리 선수에 대한 역차별, 북한 대표단·선수단에 대한 지나친 배려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평화올림픽’에 대한 정부의 드라이브가 워낙 강력하다.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6일 경의선 육로로 내려오며 230여명의 응원단도 7일 같은 경로로 건너온다. 8일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릴 예술단 공연은 15만명이 넘게 신청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응모자 중 서울 공연에 250명, 강릉 공연에 280명을 추첨해 2장씩 관람권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서울 공연은 468대1, 강릉 공연은 14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4일 강릉에 여장을 풀었다.
한국 선수단이 안방올림픽에 걸맞게 금 8, 은 4, 동메달 8개의 종합 4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정부도 이번 올림픽 기간 정상급 다자외교를 통한 풍성한 과실을 맺겠다는 자세다. 평창올림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안방에서 열리는 첫 정상급 다자외교 무대이기도 하다. 9일 개막식에 앞서 열리는 리셉션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자리에 모인다. 북한 고위급 인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 발언이 나오기도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통한 모임이 단순한 인사의 자리를 넘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북한은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내보낼 가능성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