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지킵시다]"미친X""신음소리 좀…" 갈데까지 간 게임·1인방송

<3>온라인 예의는 선택 아닌 필수
"자율규제 실효성 확보가 중요"

종종 PC방을 찾아 블리자드의 1인칭슈팅(FPS) 게임 ‘오버워치’를 즐기던 김주연(26)씨는 얼마 전 한 남성 게이머 때문에 플레이를 중단했다. 이전까지 게임 내에서 여성임을 밝힐 때마다 이어진 남성 게이머들의 각종 성적 농담과 연락처 요구 때문에 웬만해서는 성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날은 자신의 플레이에 계속 불만을 드러내는 같은 팀 남성 게이머에게 참지 못하고 게임 내 음성채팅(보이스챗)을 통해 “그만하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헤드셋을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를 듣고 김씨가 여성임을 알아차린 남성은 “XX, 이래서 XX랑 같은 팀을 하기 싫다”며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김씨는 “지금도 증오가 가득 담긴 그 목소리를 떠올리면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게임은 욕설과 혐오 발언이 빈번히 오가고 성희롱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온라인 공간이다. 청년참여연대가 지난해 2월 일반인 4,4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가 오버워치 게임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부 게이머는 채팅창을 통해 “신음소리 좀 내봐”라거나 “한번 자자”는 식의 성희롱 발언을 하는가 하면 개인 연락처나 신체사이즈를 묻고 오프라인 만남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그만두는 여성도 많다. 조사 응답자 중 550명은 게임 내 성희롱 때문에 오버워치를 그만뒀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1인 방송인들의 무대가 되는 동영상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여성 1인 방송인이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나와 선정적인 동작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시청자들의 과금을 유도하는 이른바 ‘벗방’이다. 여기에 폭력적인 장면과 욕설로 점철되거나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담은 1인 방송도 넘쳐난다. 그럼에도 아직 1인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미비한데다 연령인증 같은 별도의 노력 없이도 청소년의 접근이 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입법을 통한 규제가 음성채팅이나 개인 방송 등 빠르게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온라인 공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자율규제의 실효성 확보와 이용자의 자체 규범 준수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규제입법보다는 사업구조와 기술을 잘 아는 게임·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자율규제의 양과 질을 대폭 늘려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욕설과 폭력이 이어지는 게임은 이용자가 줄고 질 낮은 개인 방송은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