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4일간 1.5조 매도행진... "당분간 보수적 접근을"

'外人이 사면 코스피·주가 상승'
상관관계 작년부터 낮아졌지만
순매도 행진에 코스피 72p나 ↓
조정 장기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실적개선 종목 위주 투자 바람직



국내 증권시장이 ‘큰손’ 외국인의 추세 전환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를 좌우하던 외국인 수급의 상관 관계가 최근 들어 크게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신호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 한국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이 장기화하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순매도 추이를 지켜보며 외국인 수급에서 벗어났던 종목이나 실적이 개선될 종목 위주로 투자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순매수를 이어온 외국인이 최근 4거래일 동안 1조5,251억원이나 팔아치우며 코스피 약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9일 장중 2,600 포인트를 찍은 후 30일부터 4거래일 동안 72.8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매도에 상승 피로감까지 더해지자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맥없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확산되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은 4,72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관도 2,809억원이나 팔아치우며 코스피는 43.15포인트(1.68%)나 하락했다.


연초 이후 2일까지 매매주체별 수급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여전히 1조2,31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1,580억원, 8,832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달리 코스피 시장에서 나 홀로 베팅을 한 것. 그러나 최근 외국인은 급격한 추세 전환에 나섰고 순매수 규모는 절반으로 줄였다.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던 미국 증시가 하락 반전할 가능성을 키우면서 최근 줄어든 외국인 수급 상관관계가 다시금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기 전만 해도 올 들어 외국인 투자가 지수와 주가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감소했다. ‘외국인 장세’라는 말처럼 외국인 수급에 따라 지수나 특정 종목의 수급도 영향을 받았는데 이제는 상관 관계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서승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의 순매수와 코스피 상승은 2012년 이후 평균 상관관계 계수가 0.77이지만 2017년 이후 점차 낮아졌다”며 “월간 단위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 등락은 서로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확인한 것처럼 여전히 하락 장에서는 외국인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올 들어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초 이후 외국인이 1,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한 7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면 지수는 모두 떨어졌다. 하락 폭도 적지 않았다.

당분간은 외국인의 흐름을 지켜봐야 하고 매도 포지션을 보이는 경우에는 특히 보수적인 투자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영향력이 올해 들어 더 약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외국인의 매수세가 적었던 기계·소프트웨어·화장품·화학·보험 업종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반대로 외국인 수급과 상관관계가 높았던 유틸리티·건설·철강·반도체·자동차 등의 업종은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의 금리 급등에 따른 시장 부담 요인은 있지만 이에 따른 증시 조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은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 물량과 단가 상승이 달러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며 올해 1·4분기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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