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댓글 조작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인터넷 실명제 재도입을 추진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와 개인의 인격·명예 보호와 여론 조작 차단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 ‘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의도적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가 반복되자 최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댓글을 달 때 반드시 본인을 확인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규제 강화에 부정적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난데다 댓글의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어 모든 온라인 게시글을 본인 확인 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인터넷 실명제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적용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역차별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국내 포털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연관검색어나 댓글 등을 삭제하는 ‘임시조치’를 두고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임시조치는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피해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지만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포털에 신고만 하면 최장 30일 동안 내용이 가려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악성 댓글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은 이미 지난해 AI 기반 자동 필터를 도입해 게시물에 달리는 악성·스팸성 댓글을 걸러내고 있다. 구글 역시 AI를 이용해 악성 댓글 방지한다는 목표로 ‘퍼스펙티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