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슈퍼볼 메시지서 '무릎꿇기 시위 하지마' 우회 경고

"우리는 국가 연주 때 자랑스럽게 기립"…실제 무릎 꿇은 선수 없어

지난해 9월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울리자 무릎을 꿇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선수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무릎 꿇기 시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제52회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우리나라 군인이 오늘 밤 집에서 가족·친구들과 미국의 전통을 즐기지 못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우리 생각과 기도 안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특히 우리 군대의 용감한 남성과 여성”이라며 “우리는 자랑스럽게 국가(國歌)를 위해 기립하면서 그들을 가슴에 담고 그들에게 우리 자유를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볼 경기 국가 연주 때 선수들이 무릎 꿇기 시위를 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슈퍼볼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과연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 시위에 나설 것인지가 애초부터 관심사였으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은 선수는 없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는 2016년 8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기 전 국가 연주 도중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계기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여러 선수가 이에 동참하면서 무릎 꿇기 시위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의례 거부가 애국심 문제라며 무릎 꿇기에 동참한 선수를 해고하라고 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NFL 선수들과 대립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 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슈퍼볼 시청 파티를 연다. 제52회 슈퍼볼은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US뱅크 스타디움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대결로 펼쳐진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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