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중국 제약사 타슬리제약그룹과 손잡고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앞서 의약품 유통전문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지난 2009년부터 해외법인 설립에 나섰으나 셀트리온이 직접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에 진출하려면 합작사 설립이 필수적이어서 사실상 셀트리온 중국지사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타슬리제약은 연 매출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10위권 제약사다. 셀트리온은 합작법인 설립 후 향후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도 구축할 계획이다.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같은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로부터 중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000100)도 올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상반기 미국 서부 바이오 클러스터가 밀집한 샌디에이고에 먼저 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에는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의 대명사인 보스턴에 법인을 여는 이른바 ‘양동작전’이다. 유한양행은 미국법인을 신약 연구개발(R&D)의 전진기지로 삼고 글로벌 임상시험과 기술수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벤처기업도 속속 해외법인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올해 초 파킨슨병 치료제 ‘KM-819’의 미국 임상 2상을 위해 델라웨어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큐젠바이오텍도 조만간 미국법인을 설립한 뒤 베타글루칸 성분을 접목한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법인의 국가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위주였던 현지법인이 동남아, 중동, 유럽 등으로 확대되면서 명실상부한 K바이오의 전초기지로 자리잡고 있다. 앞서 캐나다 현지법인 GCBT를 세운 GC녹십자(006280)는 지난해 말 퀘벡주 몬트리올에 혈액제제 공장을 완공하며 연간 13조원 규모의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고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038290)도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해외지사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글로벌 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내 바이오·제약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못지 않게 해외법인을 통한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지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각종 혜택을 지원받아 임상시험도 앞당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은 이제 충분조건에서 필요조건으로 자리잡았다”며 “현재 정부는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에 최대 2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한도를 더욱 늘리고 인허가 컨설팅 같은 지원책도 더욱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