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낮추는 나인원한남...'부자들 위한 로또' 되나

HUG, 주변 5곳 실거래가 기준
3.3㎡ 5,000만원까지 인하 유도
"결국 부자들만 청약 가능" 지적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서는 고급아파트 ‘나인원한남’이 부자들을 위한 로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나인원한남의 분양보증신청을 거절한 명분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비교 대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나인원한남의 분양 가격이 내려갈수록 결국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가 역설적으로 부자들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UG가 나인원한남 분양보증심사에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인근의 용산한남아이파크·한남리첸시아·현대하이페리온·한남힐스테이트 4개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과 비슷한 고급아파트인 한남더힐의 평균 거래가격을 합쳐 다시 평균을 낸 가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올라온 지난해 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인근 아파트의 시세는 3.3㎡당 평균 4,600만원 수준으로 나인원 한남의 3.3㎡당 6,437만원의 70% 수준이다. HUG는 해당 지역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을 인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평균 매매가격의 110%로 정해두고 있으며 한남동은 최근 1년간 신규 분양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들이 기준이 됐다.


기준이 되는 비교 대상 아파트와 관련해 대신 측과 HUG의 입장 차가 뚜렷해 보인다. 대신 측에서는 고급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해 한남더힐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대신은 한남더힐 매매가가 3.3㎡당 6,410만원 수준이고 새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해 분양가를 제시했다. 반면 HUG는 용산한남아이파크·한남리첸시아·현대하이페리온·한남힐스테이트 네 개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과 한남더힐의 평균 거래가를 분양보증 기준으로 세웠다. 아울러 HUG는 지난해 성수동 뚝섬에서 분양한 역대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3.3㎡당 4,750만원)를 넘지 않는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HUG의 의중이 반영된다면 나인원한남의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HUG의 바람대로 분양가격을 낮추더라도 나인원한남 같은 고급 주택의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부자들만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분양 후 고급아파트인 나인원한남의 시세가 인근 한남더힐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그 시세차익을 부자들이 고스란히 가져간다는 얘기다.

HUG 측에서 제시한 기준(3.3㎡당 5,000만원 수준)으로 주력 평형대인 206㎡(170가구)와 244㎡(83가구)의 총분양가를 추정해보면 31억~3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한남더힐 208.48㎡는 35억~39억원선에서 거래됐으며 244㎡는 75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가 이뤄졌다. 이를 감안하면 나인원한남을 분양받을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될 수 있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고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자들만을 위한 로또라는 지적이 일면서 이래저래 HUG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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