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판결을 내렸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1심의 논리가 선명하지 못해 법리를 엄격하게 따지는 재판부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원심이 깨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상당수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이 부회장이 실제 재산을 사용하기 위해 빼돌린 것이 아닌데 국외도피죄까지 유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요 혐의인 뇌물죄보다 부수적 혐의인 재산국외도피죄가 형량을 좌우하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한 의견도 많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에 부담이 되는 여론이 크게 움직이는 사건임에도 집행유예가 나온 것은 그만큼 특검의 혐의 입증이 부족했다는 증거”라며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지만 재판부가 보기에는 무죄추정원칙을 깰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정경유착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인한 채 재벌 편향적인 일방적 법리를 전개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와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실망스런 판결”이라고 밝혔다. /노현섭·이종혁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