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이재용 항소심, 결정적 장면은]李 "0차 독대, 기억 못하면 내가 치매"

檢, 안봉근 "전화번호 받아" 진술
李 "연락처 적힌 명함 없다" 반박
檢, 변론 종결 앞두고 또 혐의 추가
李 "백지 공소장 내고 상황 맞춰"
최순실 "말 소유권 삼성에" 증언

지난해 10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12월27일 심리 종결까지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 간 공방은 한층 격화됐다. “기억 못하면 내가 치매” “백지 공소장” 등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특검에 대한 반박 수위를 높여가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심에서 양측 공방이 격화돼 새벽까지 재판이 이어진 사례를 고려해 항소심은 되도록 오후6시 이전에 마치도록 했다. 기일 횟수도 일주일에 1∼2회로 조정했다. 그럼에도 양측 공방은 매주 이어졌고 1심과 다른 쟁점들도 남겼다. ‘0차(추가) 독대’ 등이 대표적 예다.


◇‘0차 독대’ 공방=재판부는 이번 항소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의 뜨거운 감자였던 ‘0차 독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기존에 확인된 세 차례 독대 전인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또 다른 단독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삼성 현안과 관련한 부정 청탁이 이뤄졌다는 특검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특검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12월18일 안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2014년 하반기 이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이 부회장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즉각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내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다”며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두 번뿐이고 그것(0차 독대)을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결국 특검이 제시한 정황 증거의 핵심이 객관적 자료가 아닌 증인의 기억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추가 독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백지 공소장과 같은 것”=특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변론 종결을 5일 앞두고 공소장을 또 한 차례 변경했다. ‘0차 독대’ 의혹을 공소장에 추가했고 특검이 단순뇌물죄로 기소한 승마 지원 부분에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삼성은 최순실 측이 받은 승마지원금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본 단순뇌물죄 적용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변론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특검 측에 공소장 변경을 권유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잦은 공소장 변경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로지 증인 진술만으로 ‘0차 독대’를 추가한 공소장 변경은 내용이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때 ‘백지 공소장’ 발언이 나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백지 공소장을 내고 상황에 맞게 공소장을 써서 내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며 “이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갖는 사건인 만큼 특검은 정정당당하게 공소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최순실 “말 소유권은 삼성에”=지난해 12월20일 최순실씨는 이 부회장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마필 소유권을 삼성으로부터 넘겨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말 소유권을 넘겼다는 것은 검찰이 넘겨짚은 것”이라며 “말을 소유하려면 독일 세무서에 소득원천을 증명해야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입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말 세탁 의혹’을 정면 반박하는 진술이었다. 특검은 삼성이 처음부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뇌물을 주기 위해 최씨 측에게 말 소유권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여전히 마필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고 최씨 측은 단지 마필 등을 무상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마필 자체가 아닌 사용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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