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안보엔 민감 안전엔 둔감…美 '발암트랙' 부르다

이어지는 암트랙 잔혹사
작년 약 3,200만명 이용 '서민의 발'
두달 새 네차례 사고…안전성 논란
'美 낙후된 인프라' 대명사 지적 속
올 예산 13% 줄어 보수 의지 의문

4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케이스에서 정차 중이던 CSX 화물열차와 충돌한 ‘암트랙 열차 91(오른쪽 아래)’이 심하게 파손된 채 탈선해 있다. 이날 사고로 암트랙 탑승객 중 최소 2명이 숨지고 116명이 부상했다. /케이스=AP연합뉴스
미국 암트랙(전미여객철도공사) 열차가 지난 두 달 동안 네 차례나 인명사고를 내면서 미 철도 시스템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 언론들은 암트랙이 낙후된 미국 인프라 현실의 대명사라고 지적하며 철도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5,000억달러(약 1,630조원)의 인프라 투자를 대부분 지방정부 예산 및 민간자본으로 충당할 예정이어서 연방정부에 인프라 보수 의지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객 139명을 태운 암트랙 열차와 화물운송 업체 CSX의 화물열차가 충돌해 최소 2명이 숨지고 1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암트랙 열차가 지정 선로를 이탈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암트랙은 미국 전 지역에 여객철도 운송업을 하는 준공영기업으로 지난해에만도 총 3,170만명이 이용하며 ‘미국 서민의 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에는 워싱턴주 시애틀 남부에서 열차가 탈선한 후 고속도로로 추락해 3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으며 지난달에도 노스캐롤라이나와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각각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암트랙 사고가 날 때마다 기관사의 과속 책임을 물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과속 논란이 안전에 투자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실상은 재정적자 방어를 위한 연방정부의 인프라 예산 삭감 결정이 잇단 안전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사고를 낸 ‘암트랙 열차 91’의 속력 제한은 시속 59마일(약 95㎞)로 프랑스 고속열차인 테제베(TGV)의 4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암트랙이 선로 노후화로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탈선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커브 구간에서 열차의 속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시스템인 ‘PTC’는 예산 부족으로 의무적용 기한이 올해 말로 연장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웃돌던 미 연방·지방정부 인프라 지출 규모가 지난해 2·4분기에는 1.4%로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에도 인프라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데다 오히려 재정적자 방어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인프라 투자를 중점공약으로 제시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인프라 투자 규모인 1조5,0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만 연방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3,000억달러는 지방정부와 민간예산으로 채울 방침이다. 미 언론들은 “이는 암트랙 노선 정비처럼 각 주를 아울러 투자해야 하는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암트랙 관련 연방정부 예산을 전년 대비 13% 삭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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