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뛰어든 IT공룡들, 은행권 규제 적용해야"

BBVA 등 유럽 금융업계 수장
"오픈뱅킹으로 과실만 먹을 것"
'고객 데이터 악용' 우려도 커

미국 페이스북, 중국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유럽 금융산업 진출을 넘보는 가운데 유럽 금융기관 수장들이 이들에 은행에 준하는 규제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부터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이 경쟁은행·소매업체·IT업체 등 제3자에 고객 계좌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오픈뱅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EU에서 IT기업들이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입수해 송금 등 금융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유럽 금융업계는 IT기업들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은행업의 과실만 따먹는 ‘체리피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당국에 핀테크 서비스에 진출하는 IT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스페인의 다국적 금융그룹 BBVA의 프란시스코 곤살레스 회장은 “미국 페이스북과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그룹들이 많은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며 “당국이 금융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대규모 변화에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랄프 하머스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고객의 이체기록을 갖지 않은 IT기업들이 이를 확보하면 원점에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사회가 권력집중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조세회피, 반경쟁적 행위, 극단주의 콘텐츠 게시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IT 공룡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 고객 데이터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즈오브런던의 회장 겸 스페인 방코산탄데르 부회장인 브루스 카네기브라운은 “IT그룹들이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와 서비스·데이터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히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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