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부회장의 평소 생각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구글 등 글로벌 선진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눈여겨봐 온 것으로 알려진다. 법적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 온 옛 미전실 같은 조직을 통해서가 아니라 법적 책임이 명확한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부회장 자신이 2016년 직접 사내이사로 합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201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정관을 바꾼 것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상훈 사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기로 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실제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부회장 의중을 잘 아는 이 사장을 의장에 앉힌 것도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8’을 5명의 사외이사진이 직접 참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수기’ 비판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글로벌 경영 현장을 익히면서 이사회의 의미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000830)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출신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외국인을 사외이사로 들여 투명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