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직장인 B씨는 최근 ‘스텔스 통장’을 만들었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계좌에 있는 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내 몰래 비자금을 모아볼 요량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텔스 통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텔스 통장은 본인이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도 조회가 안되는 비밀계좌다. 얼핏 보면 불법적인 용도로 은밀하게 사용될 것 같지만 사실 이 통장은 금융사기 등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출시됐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이 계좌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도 조회가 안 되고 배우자조차 가족관계증명서나 공인인증서를 들고 은행 창구를 찾아가도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체 이용자의 46%가 여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과 소득공제금 등 목돈이 들어오는 연말이나 연초에 통장 개설 문의가 많다”며 “인증절차를 까다롭게 할수록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의 소득을 따로 관리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간에도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게 인기 이유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온라인해킹과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사건이 빈번하다 보니 아날로그 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본인 외에는 조회가 안 되는 계좌와 자금을 갖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