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시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힘든 혼란이 이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장 직후 5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투매를 쏟아냈다. 전일 1% 이상 하락한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3% 넘는 하락률을 나타냈고 코스닥은 개장부터 4.5% 급락하며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폭락을 맞본 개인은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오후 들어 1,600억원 넘는 순매수에 나섰지만 오전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은 반대로 2,8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팔아치우면서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증시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철저히 대비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나섰다.
급격한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어 증시가 즉각 반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판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움직였던 판이 느슨해지면서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아직 새로운 판이 짜이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시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조언했다. 당분간은 박스권 흐름에서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센터장은 “증시 급락 자체는 며칠 내로 마무리되겠지만 앞으로의 주가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1·4분기 내로 추가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도 “다음달 20~21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변동성이 큰 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단기적인 급락에 대한 반발이 가능하겠지만 추세적인 반등이 나오기에는 금리 상황과 관련된 방향성·속도를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3배가 넘는 데 반해 국내는 1배를 간신히 넘기고 있어서다.
코스피가 38.44 포인트 하락한 2453.31로 장 종료된 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약보함 0.05포인트 하락한 858.17, 환율은 3원 오른 1091.50원에 마감됐다./송은석기자
새로운 판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시장의 반등·반락은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고 결국은 미국에서 어떤 흐름이 잡히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외에도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이슈, 웰스파고의 자산동결 가능성 등이 S&P500지수 급락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금리·인플레이션과 함께 달러가치의 방향성도 살펴봐야 하고 조만간 발표될 미국 소비판매 등의 지표도 지켜봐야 한다”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면 주식시장이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가 안정을 찾은 후에는 그동안의 거품이 꺼지면서 체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됐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이번 증시 급락은 인플레이션·금리 인상 속도의 문제인데 인플레이션의 전제는 경기 확장 아니냐”며 “시장이 위축됐다기보다 과도기를 거쳐 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우상향”이라는 의미다. 남 대표는 “우리나라의 바이오처럼 전 세계적으로 과열된 섹터들이 있었고 넓게 보면 비트코인까지 일종의 전 세계적인 버블이 나타났던 상황”이라며 “이번 과도기를 거쳐 버블이 꺼지면서 좀 더 견조한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성 구간에서의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장 투자전략을 변경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익재 센터장은 “근래에 보기 드문 급작스런 하락장이 나타났는데 ‘떨어지는 칼날은 잡으면 안 된다’는 말을 되새길 만하다”며 “무조건 저가매수 기회라고 받아들이긴 어렵고 그렇다고 팔기에도 늦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은 후 4차 산업혁명 관련주, 중소형주 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현 센터장은 “미국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또는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갖춘 유통주 등 경기소비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유주희·박성규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