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신혼여행 취소해야 하나요?

정정불안에 국가비상사태 선언…외교부 '여행유의' 발령

체포된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몰디브 대통령. /AFP연합뉴스


인도양의 아름다운 휴양지인 몰디브가 정정 불안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몰디브로 떠날 계획을 세워둔 국내 여행객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외교부도 여행경보 1단계인 ‘여행 유의’를 발령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국내 여행사들은 “아직 취소 사태 등 별다른 동요가 없고 주요 관광지는 위험지역과 떨어져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은 이날 15일 동안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몰디브 당국은 사법부의 견제를 회피해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고 구금할 권한이 강화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몰디브 대법원이 “구금된 야당 인사 9명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으로 이뤄졌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야민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몰디브 진보당에서 탈당한 야당 의원 12명의 복직을 명령한 것에서 시작했다.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을 우려한 야민 대통령이 대법원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수도 말레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정정 불안이 확산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어서 비상사태가 평화롭게 마무리 되길’ ‘신혼여행 예약해 놨는데 최소 해야 하나’ 등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대형 여행사들 역시 예약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보통 국내 여행객들은 말레공항으로 입국한 뒤 경비행기나 보트를 타고 리조트들이 위치한 섬으로 이동하는데 주요 관광지와 말레공항이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지역과 동선이 겹치지는 않는다”며 “아직 예약 취소 등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리조트 운영과 국내외 항공사 취항도 아직 평소처럼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 2015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몰디브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야민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몰디브 여행객들에 대한 주의도 당부하고 나섰다. 한국 외교부는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몰디브에 거주하거나 체류 예정인 국민들이 수도 말레섬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면서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정치적 언행, 현지인들의 데모 및 집회 장소 방문 등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외교부는 여행 경보를 2단계인 ‘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 정부도 이달 2일 말레 방문객들에게 “시위나 집회를 피하라”는 경보를 내렸으며 중국과 인도 정부도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과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용·나윤석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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