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연저점을 경신하며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600만원대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이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한 파상공세가 펼쳐진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일단 최근 인도 정부가 가상화폐를 통한 불법행위나 지급결제를 없애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중국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와 신규 가상화폐 투자자 모집(ICO)에 대한 모든 플랫폼까지 제거하려 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두 나라가 가상화폐 투자를 원천 차단하려 들자 가격 상승 기대감은 확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민간회사들도 이상 과열을 빚은 가상화폐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악재를 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 가상화폐에 대한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미국과 영국의 은행들도 신용카드로 가상화폐를 사는 것을 속속 차단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의 유동성을 대폭 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카드 결제 대신 계좌이체를 하려면 3일 이상 걸려서 유동성이 확 줄게 된다”며 “신규 가상화폐 발행(ICO)의 주요 홍보 창구였던 페이스북에서 광고가 금지된 것도 시장 성장에 커다란 저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버블 붕괴 경고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5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매우 위험한 자산이기 때문에 매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30일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가상화폐가 검은돈 세탁에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이 같은 악재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량 기준 글로벌 1, 2위 거래소를 다퉜던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4위와 7위까지 밀려났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검은 돈’들이 더 이상 유입될 수 없게 된 영향이 적지 않다. 또한 정부는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어 투자자들이 높은 투자 위험성을 감수하기에는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상화폐를 처분해 현금으로 바꿔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며 “다만 현금을 당장 출금하지는 않고 관망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가격이 지금보다 더욱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점점 더 우세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삼았던 가격이 속절없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1월31일 비트코인 1개당 1만달러선이 깨진 후 하락 지지선을 8,000달러로 보고 있었는데 이것마저 쉽게 무너진 탓에 이대로라면 5,000달러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루카스 누치 디지털에셋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포물선 성장은 어떤 시점에서 속도를 더 늦춰야 했다” “이번 폭락이 펀더멘털의 변화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한 과열 후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권형·박홍용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