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릉선수촌 입촌 후 이상화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사진과 글. /이상화 인스타그램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빙속여제’와 두 시즌 동안 한 번도 월드컵 우승을 빼앗기지 않은 ‘신흥강자’. 여자 단거리 빙속(스피드스케이팅)의 지존을 가릴 블록버스터가 개봉 준비를 마쳤다.
신흥강자 고다이라 나오(32·일본)가 4일 강릉선수촌에 입성한 가운데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도 6일 태릉선수촌을 떠나 대표팀 버스 편으로 결전의 땅을 밟았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상화는 “이제 올림픽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36초36(2013년)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그는 “2년 전만 해도 (장훙과) 한중전 구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한일전 구도가 됐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제게 포커스가 맞춰지면 좋겠다”고 했다. 고다이라와의 ‘세기의 대결’에 대한 질문이 계속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이상화는 “열심히 할 테니 그 선수와 더는 비교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띤 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그 선수를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얼마나 (부담감을) 내려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며 “그 선수는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가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가까웠다. 만나면 안부 인사 정도만 나눌 것”이라고 했다.
이상화는 최근 2주간 개인 코치인 케빈 크로켓(캐나다)과 함께 독일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지난 5일 귀국했다. 현지 대회에 나가 37초18의 트랙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열악한 빙질에 비해) 너무 좋은 기록이 나와 스스로 놀랐다. 예행연습을 잘한 것 같다”는 설명. 이상화는 “최근 월드컵 대회에서 아웃코스 스타트만 배정돼 인코스 스타트 감각을 다소 잃었었는데 독일에서는 인코스 스타트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상화는 인코스를 선호하지만 “인코스에서 타든 아웃코스에서 타든 상관없다”는 말로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3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2017시즌 종아리 부상 탓에 슬럼프를 겪었던 이상화는 이번 시즌 들어 빠르게 정상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은 5,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물론 2014 소치올림픽 뒤 네덜란드 유학을 거치며 기량이 급성장한 고다이라는 강한 상대다. ‘성난 고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난 시즌부터 월드컵 15연속 우승 행진을 벌였다. 이번 시즌은 7차례 모두 우승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벌써 네 번째이고 큰 무대가 익숙한 이상화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세다. 이번 시즌 둘의 최소 격차는 0.15초였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스케이팅 영상을 분석하며 이 간격을 줄일 비책을 마련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이날 저녁 바로 스케이트를 신고 빙질을 점검하며 전의를 드러냈다.
한편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후보인 김보름(강원도청) 등도 이날 강릉선수촌에 입촌하면서 빙속 대표팀 전원이 결전지 강릉에 둥지를 틀었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