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왕국'이었던 日,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

편의점·드러그스토어·인터넷판매에 밀려

매출의 일부가 운동선수 지원 기부에 활용되는 체육관 앞 자동판매기에서 2016년 음료를 사는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기타지마 고스케 선수./ 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자판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길거리에서 자판기 모습이 슬슬 사라진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음료 업체가 그간의 양적 확대 전략을 접고 채산성 없는 옥외 자판기들을 철거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높은 옥내 설치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쿄도 내에서도 옥외 자판기는 포화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급속하게 도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자동판매시스템기계공업회 통계에 따르면 음료자판기는 2005년 267만대를 최고로 2016년에는 247만대까지 줄었다. 2016년 자판기 음료 매출은 2조 엔(약 20조 원)으로 2000년에 견줘 30% 줄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음료 회사들이 정가 판매 원칙에 따라 이익률이 높던 자판기 설치를 늘리며 점유율 쟁탈전을 벌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린그룹 자판기 설치회사 간부는 “(그간의) 양에서 (이제는) 질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 보틀러스 재팬 담당자도 “채산성이 낮은 기계는 적극적으로 철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토리식품은 수년 전 이미 대수 목표를 폐지했다. 편의점이 즉석 종이컵 커피를 팔고 드러그스토어도 음료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인터넷통신판매에서 음료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점도 음료 자판기 수요가 줄고 있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적은 주차장 부근이나 주택가 입지에서는 판매 부진이 더 심하다. 대형 음료 회사 측은 “도쿄도 내에서 동전으로 요금을 내는 주차장에서는 매월 계획적으로 자판기 철거 교섭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음료 회사들은 매출이 안정적인 빌딩 내 설치를 중시한다. 옥내 자판기 시장이 격전장이 되면서 자판기 전용 음료를 개발하는 등 매출 증대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산토리 담당자는 “자판기에만 있는 강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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