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표밭 관리…강남3구, 정부 재건축 압박에 반기

서초 이어 송파도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 철회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지난 5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원 400여명이 단체로 서초구청을 방문했다. 서초구가 관리처분계획의 타당성 검증을 감정원에 의뢰하려고 하자 항의 표시를 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주민들은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만나 타당성 검증의 부당함을 따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가장 먼저 의뢰한 송파구청 역시 해당 단지 조합원들의 빗발치는 항의 전화와 방문 등으로 관련 부서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결국 주민들의 반발에 오히려 힘을 얻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재건축 압박에 나선 국토교통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로써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낸 재건축 단지까지 압박해 강남 집값을 진정시켜보려던 국토부의 일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체면도 심각히 구겨지게 됐다.

6일 서울 송파구청은 재건축단지인 미성·크로바, 진주아파트가 지난해 말 신청한 재건축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검증 의뢰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일 타당성 검증 의뢰를 검토했던 서초구청도 자체 검증으로 자세를 바꿨다. 강남구청은 처음부터 자체 검증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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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낸 재건축 단지들의 절차를 꼼꼼히 따지라는 국토부의 압력에 강남 3구 모두 확실히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들에서 제출한 서류에 대해 이미 1차 검토를 끝냈지만 인가를 반려할 만한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도급 계약이 빠진 진주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 대해서는 “2차 검토 대상이나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길 문제가 아니라 별도로 법률 자문가들로부터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을 감안하면 해당 사업장들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서초구청도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한신 4지구 등 주요 재건축조합들에 감정원 검증 의뢰에 필요한 부속서류 제출을 요구했고 감정원에 타당성 검증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다 5일 “감정원에 검증을 의뢰하기로 결정한 단지는 전혀 없고 자체적인 검증을 철저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강남 3구 구청장들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검찰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박춘희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야당 소속인 구청장들이 중앙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심기를 거스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강남 3구 모두 국토부에 반기를 들면서 국토부의 압박은 실패로 끝났다. 국토부는 지난달 각 구청의 재건축 담당자 회의를 소집해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아직 인가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들의 서류 확인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부처의 강도 높은 주문에 놀란 관할 구청이 이를 따르는 듯했지만 민심을 이겨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무리한 압박이 결국 무위로 돌아갔고 해당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찍어 누르기 식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 부처가 체면만 구긴 셈이 됐다”고 전했다. /박경훈·한동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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