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법이 개정되면 어디까지가 지주사 회장의 ‘정당한’ 영향력 행사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 회장이 사익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나 노조가 개별 경영행위에 건건이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해외에서 인수합병(M&A)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반드시 손해가 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은행 이익에 반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고 트집을 잡아 소송을 걸면 어떤 경영자가 이를 견뎌낼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은행의 사회공헌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은행의 사회공헌사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취임 직후부터 ‘포용적 금융’을 강조해오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가 경제의 발전 및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회공헌은 기업 자율에 맡겨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데 법제화로 가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무리한 주문”이라고 지적했다.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공세는 자칫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하나은행의 해명에 “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CEO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CEO 사퇴를 압박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의혹을 마치 사실처럼 호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등이 과거 당국으로부터 징계 결정을 받아 자진해 옷을 벗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례도 있다. 전직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당국이 과거 전광석화처럼 금융지주 회장을 물러나게 했던 것을 지금의 후배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일부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은행 때리기로 20~30대 젊은 표심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집권여당의 경우 가상화폐 규제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등으로 20~30대 지지율이 대거 빠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계층의 공분을 일으켜 은행을 좀 더 손쉽게 정책에 동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CEO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사법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와 별도로 시장원리에 맞게 자율경영 원칙은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일범·황정원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