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가지수가 장 초반 급등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트레이더들이 앞다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옵션 주문을 내고 있다. /시카고=AFP연합뉴스
골드만삭스가 “증시의 낮은 변동성을 깨려면 전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할 만큼 순탄한 랠리를 이어오던 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불안 심리에 휩싸였다. 9년간의 유동성 파티로 오른 증시는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줄 물가와 정책 변수는 물론 개별 기업의 실적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4.6% 급락한 미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6일(현지시간) 장 초반 1,000포인트 이상 하락 출발한 후 급등락을 보였다. 월가에서는 지수가 급등락 이후 2% 이상 반등 마감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유포리아(도취)’에 빠졌던 저변동성이 마침내 깨졌다며 홀가분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증시에서 유포리아는 나쁜 경제지표나 악재조차 투자자들이 호재로 해석해 주가 상승이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날 미국 3대 지수는 1~2%대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급락세로 출발해 오름세로 바뀌는 등락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미 국채금리도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이틀 연속 하락해 장중 10년물 금리가 2.6%대로 떨어지는 등 적잖은 변동성을 보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증시 폭락에 대해 “긴 상승에 따른 정상적 조정”이라며 개입에 나섰지만 “상당한 변동성이 있기는 하다”고 인정했다.
미국 증시의 반등에 고무됐던 국내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변동성이 확대됐다. 7일 1.26% 상승하며 출발했던 코스피는 2.31% 하락하며 하루 변동폭이 3.6%에 달했다. 코스닥은 1.96% 상승세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3.29%나 하락했다. 장중 변동성은 5.4%를 넘어섰다.
월가는 1년 넘게 ‘웬만해서는 떨어질 일이 없다’는 증시의 기대감이 무너지자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방향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반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증시가 급락한 만큼 연준의 물가 판단과 3월 금리 인상 시그널에 주목한다. 지난 5일 공식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이 예정대로 오는 3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거나 물가 지표가 오름세로 확인될 경우 증시는 변동성 장세 속에 재차 하락 조정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좋은 고용지표가 높은 물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을 경계한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긴축 공포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이달 28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며 첫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며 이에 앞서 21일에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된다.
‘트럼포리아’라는 말로 불리며 증시 호재였던 감세 등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도 리스크 측면이 부상하고 있다. 감세는 호조세인 경기의 과열을 부추겨 금리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최대 국정과제로 삼은 인프라 투자 확대도 치밀한 밑그림이 없으면 금리 상승세만 부추겨 주식과 채권시장을 동시에 약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초래할 수 있는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여부도 시장의 변수다.
미국이 금리와 정책에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코스피와 코스닥의 변동성 확대 변수는 실적이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은 미국과 일본 증시의 반등에도 우리 증시가 웃지 못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올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14조6,952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전망치는 15조8,841억원이었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순이익 추정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전망한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 추정치는 연초 163조6,000억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59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조선 등 실적 전망이 불투명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 이익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이 글로벌 증시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은 주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패턴이 연초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라며 계절적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4분기 실적은 계절적 요인과 비용 반영 등으로 다른 분기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마련이고 이듬해 1·4분기 실적 전망 조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뉴욕=손철 특파원 유주희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