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에도 회사 자금 2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부영이 주력으로 하는 임대주택사업과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 모두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사업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이 회장을 대신해서 부영을 이끌어갈 적임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 회장은 1941년생으로 77세지만 지금까지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 이성훈 부사장과 이성욱 전무, 이서정 상무 등이 부영주택에 적을 두고 있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다. 자녀들 중 이 부사장이 유일하게 부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1.64%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부영은 이 회장의 구속으로 사실상 구심점을 잃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10만원 단위 지출까지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자녀들도 믿지 않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알려졌다”며 “이 회장의 부재로 부영이 추진하는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임대주택사업의 경우 이 회장이 이번에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하면서 편법으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만큼 당분간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영이 지난 몇 년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새롭게 추진해온 사업들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부영이 2015년 3,150억원에 매입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개발 사업의 경우 장기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시청을 직접 방문해 송도테마파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인천시에 지난해 말까지였던 사업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 뚝섬과 소공동에서 추진 중인 호텔 사업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몇 년간 도심과 송도 등에 나온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오피스빌딩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던 부영의 모습도 당분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기·김민정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