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 오대천에서 열리는 송어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축제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추운 겨울, 멀리 강원도까지 가서 올림픽 경기만 즐기고 온다면 아쉽지 않을까.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는 보고 먹고 즐길 만한 명소와 명물이 차고 넘친다. 하얀 설원 위의 겨울왕국이 선물하는 그림 같은 풍광을 미리 둘러보고 왔다.
서울에서 KTX 진부역까지는 1시간 40분이면 충분했다. 기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에서 한창 열리는 송어축제 현장. 겨울이 제철이라 매년 이맘때면 평창군은 송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는 올림픽 폐막일인 이달 25일까지 축제가 이어진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가족·연인과 함께 놀러 온 방문객들이 꽁꽁 얼어붙은 오대천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창군 오대천에서 열리는 송어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텐트에서 몸을 녹여가며 낚시를 하고 있다.
펄떡거리는 송어를 얼음 사이에 난 구멍 위로 건져 올리는 ‘얼음낚시’는 일반 낚시와 텐트 낚시로 나뉜다. 탁 트인 오대천 위에서 즐기는 일반 낚시의 요금은 중학생 이상은 1만3,000원, 초등학생 이하는 1만원이다. 낚싯대와 의자 등의 도구는 직접 가져오거나 현장에서 별도로 구입해야 하며 정해진 요금만 내면 폐장 시간(오후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다만 반출은 1인당 두 마리로 제한된다. 추위가 뼛속을 파고들 때마다 텐트 안에서 쉬엄쉬엄 몸을 녹일 수 있는 ‘텐트 낚시’는 나이 구분 없이 1인당 2만5,000원이다. 일반 낚시든 텐트 낚시든 직접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평창군은 국내 최대의 송어 양식지로 평창의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는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송어잡이 낚시보다 더 화끈하게 놀아보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기’에 도전해보자. ‘송어 맨손잡기’는 얼음이 동동 뜨는 커다란 수조에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체험이다. 반바지를 입고 겨울 냉수에 걸어 들어가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아채는 재미는 낚시와는 또 다른 손맛을 안겨준다. 가격은 1만5,000원이다. 낚시장 바로 옆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다. 2만2,000원의 종합권 티켓을 구입하면 눈썰매와 스케이트·스노래프팅·얼음자전거 등 8개 시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입맛대로 하나씩 골라 타는 단일권은 6,000원이다.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사육 중인 양들.
천천히 산책길을 걸으며 자연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가면 된다.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6㎞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곳은 대관령 구릉지대에 자리 잡은 관광 목장이다. 아이에게는 자연 학습 체험장으로 부부와 연인들에게는 정겨운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표를 끊고 목장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왼편에 산책로 입구가 보인다. 하얀 눈밭 위에 솟아 있는 겨울나무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먹이주기 체험장’이 나온다. 겨울철이라 양들이 방목 상태로 풀밭을 뛰어노는 대신 축사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산책로로 올라오기 전 매표소에서 끊은 티켓을 보여주면 직원이 건초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나눠준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소인 3,500원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다.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장인 삼양 대관령 목장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보기 좋게 솟아 있다.
양떼목장 인근에 있는 삼양 대관령 목장도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관광지다. 총면적 20㎢에 젖소와 한우를 합쳐 900마리를 사육하는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장으로 서울 여의도 넓이의 7.5배에 달한다.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4.5㎞. 이 구간 안에 소 방목지와 타조 사육지, 나무 쉼터, 산책로 등이 이어지며 총 53기의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솟아 있다.물론 평창 일대에는 여행의 사이사이 배를 든든히 채워줄 맛집도 가득하다. 깔끔하고 정갈한 정식이 먹고 싶다면 ‘부일식당(평창군 진부면 진부중앙로 98)’을 추천한다. 산채 백반을 주문하면 각종 나물과 두부조림·도토리묵 등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많은 반찬이 나온다. 입맛에 따라 산채 비빔밥으로도 먹을 수 있도록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담은 은색 대접이 제공된다. 백반 외에 따로 주문을 받는 더덕구이와 코다리도 맛이 일품이다.
평창 부일식당의 산채 백반.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납작식당(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로 113)’도 현지 주민들과 여행객들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는 음식점이다. 이곳의 주메뉴는 오삼불고기. 큼지막한 오징어는 육질이 두툼해 씹는 맛이 좋고 삼겹살도 적당히 기름기를 둘러 퍽퍽하지 않다. 매콤한 양념을 두른 오징어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으면 밥 한 그릇을 금방 해치울 수 있다. /글·사진(평창)=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