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기억을 근거로 재판을 받게 된 남성에게 재차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권순형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 부장판사는 7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13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A 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범행은 피해자였던 여성이 A 씨를 13년 만에 우연히 목격하면서 드러났다.


경남에 거주하던 피해자 B 씨(24·여)는 10살 때인 2004년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A 씨 직업은 버스 기사였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었고 아버지 또한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B 씨가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아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그해 부모가 이혼하게 돼 B 씨는 경북에 있는 시골 할머니 집에서 보내졌다.

13년이 지난 2016년 가해 남성을 우연히 마주치게 됐다. 그는 2016년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한 버스터미널에서 A 씨를 발견했다.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사람인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B 씨는 친척 도움으로 2016년 5월 A 씨를 고소했다.

1심 재판과정에서 A 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B 씨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면서 모순이 없어 신빙성이 높아 13년 전 성폭행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시대로 B 씨가 겪은 끔찍한 일은 13년이 지났지만 뚜렷하게 기억됐다. 그는 2004년 A 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 운행하던 버스 노선 구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당시 A 씨가 몰던 버스 차량 번호 일부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B 씨가 A 씨를 무고할 이유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판시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