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공계 인력 양성·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수 인재 유입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인구 감소로 과기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역대 정부가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와 이공계 인력 육성 정책을 꾸준히 내놓았음에도 문제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배경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낮은 국민적 인식도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 보다 정교한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경쟁력은 지표상으로는 아직 괜찮다. 2016년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69조4,055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5위 수준이며 국내 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4%로 이스라엘(4.25%)에 이어 2위다. R&D 인력도 적은 편이 아니다. R&D 업무에 전념하는 상근상당 연구원 수는 2016년 기준 36만1,292명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13.3명으로 미국(8.7명)과 일본(10명)보다도 많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면서 이공계 분야의 인력 유입도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6년 61만명이던 고교 졸업생은 오는 2026년 지금보다 16만명이 적은 4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학령인구 감소는 곧 이공계 분야 인력의 감소와 직결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내놓은 ‘대학 전공 계열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공학계열 노동시장의 필요인원은 96만9,000여명이지만 공급 가능한 인력은 75만4,00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학계열의 인재 21만5,000여명이 부족한 사태가 10년 내로 닥친다는 얘기다.
이공계 기피 현상도 문제지만 우수 인력들이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이공계 인력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KAIST 졸업생 5,142명 중 496명은 의·치의·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것이 단적인 예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직종 및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군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령인구마저 줄고 있어 이공계 인력 확보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박사후연구원이 연구과제를 마칠 때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보장하는 ‘과제기반 테뉴어 제도’를 올해 도입했다. 보통 박사후연구원의 계약 기간은 1년이지만 앞으로는 3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도 지난해 1,482억원에서 올해 1,890억원으로 400억원 이상 증액했다.
이와 함께 과학문화 확산과 이공계 기피 현상 극복을 위한 별도 대책도 마련해 올 상반기 내 발표할 예정이다. 강병삼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이공계 분야에만 지원을 늘리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자원 투입 방식보다는 과학기술 분야가 매력적으로 비쳐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면서 “해묵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