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이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130여발의 총탄을 맞은 채 발견됐다.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지역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보르네오 섬 인도네시아령 동부 칼리만탄 주 쿠타이 티무르 리젠시(군·郡)의 한 호수에서 중상을 입은 수컷 보르네오 오랑우탄이 주민들에게 발견됐다. 총상을 입은 오랑우탄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6일 오전 숨졌다.


현지 경찰 당국자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오랑우탄의 몸에 최소 130발의 공기총 탄환이 박혀 있었다. 이중 70발은 머리와 눈 주변에서 발견됐다”며 “아울러 전신 17곳에 벌목도로 추정되는 흉기에 맞은 상처가 있었고, 둔기의 흔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열대우림과 주변 농장을 중심으로 목격자를 찾고 있다. 보르네오 섬에서는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목이 잘리고 흉기에 난자된 오랑우탄의 사체가 발견된 바 있다. 경찰은 고무농장에서 일하는 현지인 노동자 두 명을 체포했지만, 이들은 오랑우탄이 먼저 공격해 어쩔 수 없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법에 따르면 오랑우탄을 비롯한 보호종을 죽일 경우 최장 5년의 징역과 1억 루피아(약 8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보르네오 섬의 야생 오랑우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28만 마리가 넘었지만, 지금은 5만4,000여 마리만 남아 있다. 고무나무와 팜오일 농장 개간으로 열대우림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주변 농장에선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의 침입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 농민들은 오랑우탄을 농작물을 해쳐 보이는대로 죽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