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전국 최고경영자(CEO) 연찬회는 대정부 성토의 장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CEO들의 작심 비판에 강단에 오른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연찬회를 주최한 박병원 경총 회장조차 “기업인들이 이 정도로 뿔이 난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기업인들의 표정에 독기가 가득해서였을까. 축사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의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뒤 “정부가 뒤에서 돕겠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혁신성장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하며 기업인들을 한껏 치켜세웠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일변도 정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는 우리 경제의 감당 능력을 보면서 신축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폭발한 CEO들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포화는 축사 후 자리를 뜬 이 총리 대신 경제특강에 나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받았다. “소위 SKY를 나온 엘리트들이 모험심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없다”는 고 차관의 강연이 도화선이 됐다. 강연 후 마이크를 건네받은 전대길 동양EMS 대표는 “우리 교과서에 기업가가 몇 명이나 들어가 있는지 차관은 알고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전 대표가 “정주영·이동찬 명예회장들도 교과서에 없는데 어떻게 기업인들의 마인드 얘기를 할 수 있나”라고 꼬집자 주변에서는 “일하다 잘못되면 범죄자가 되는데 누가 기업가가 되려 하겠나” “정부는 기업가들의 사기부터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