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재기에 성공한 현해성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자는 실패하더라도 원인을 자기한테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젊어서 일곱 번이나 사업에 실패하고 50대 중반에 늦깎이 창업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제는 데스밸리(스타트업이 자금난과 마케팅 부족으로 겪는 죽음의 계곡)를 넘어섰습니다.”
현해성(58·사진) KJO파트너스그룹 연구개발(R&D) 담당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관절 연골 재생 효과가 있는 건강보조식품과 친환경 천연치약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창업에 나서 불과 3년 만에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며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데 친환경 부표 시장의 저변도 넓히고 녹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수처리제까지 실용화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중국 대상그룹과 태국 CP그룹 등을 대상으로 관절 건강보조식품 수출에 나서는 등 1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100억원대의 투자 유치도 마무리하며 비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일본 라쿠노가쿠엔대 수의생리학 박사 출신인 현 대표는 일본학술진흥회·한국과학재단 연구원을 거쳐 IMF 외환위기 때 애완동물 토털숍, 캐릭터 사업, 천연항생제로 키운 유기농축산 사업 등에 나섰으나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전국 동물병원을 온라인 네트워크화해 치료·미용·사료·용품 등 애견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기술 미비와 자금난 등으로 애로를 겪었다”며 “그렇지만 외부에서 원인을 찾지 않고 나에게서 찾았던 것이 좌절하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폐기물로 버려지던 자동차 폐배터리 납 추출 사업을 하다 동업자에게 배신당하거나 몽골 식량 재배, 축산 사업과 키르기스스탄 부동산개발 사업 등에서도 쓴잔을 마셨으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후 천연항생제 개발기업인 이코바이오 연구소장과 한우 유전자를 연구하는 이티바이오텍 연구소장을 맡으며 재기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
현 대표는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위의 원망도 많았으나 ‘솔직히 털어놓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 신뢰를 잃지 않았다”며 “오히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춰 단단한 내공을 쌓게 됐다”고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그는 회사 안팎에 바이오·생명공학·환경공학·농학·수의학 등의 융합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폭넓은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7전8기 재기에 성공한 현해성 대표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자는 실패하더라도 원인을 자기한테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우선 그는 무릎이 아픈 환자의 관절 연골이 재생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해 ‘오케이관절’ 개발에 성공한 것을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10여년을 고민하며 알긴산 등 해조류와 열대과일 추출물 등을 합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관절 질환자들이 ‘통증 완화나 연골 재생 효과를 본다’고 호평하는데 뼈도 튼튼해지고 노화 방지 효과도 있어 중국·동남아시아·아랍 등 해외시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앞서 그는 평소 치약에 화학물질이 많아 찜찜했던 점에 착안해 거품 없는 천연치약을 개발해 지난 2015년 재창업에 나섰다. 현 대표는 “방부제·계면활성제·불소 성분을 빼고 다시마·자일리톨·키토산 등 천연물질을 넣었다”며 “치아와 잇몸을 보호하며 구취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며 활짝 웃었다.
당시 관절 건강식품과 천연치약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전남테크노파크·신용보증기금 등의 지원으로 상업화에 성공했고 이제는 중국 등 해외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사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는 친환경 케미컬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부표가 스티로폼이라 시간이 갈수록 작은 알갱이로 부서져 물고기와 새가 폐사하기도 하고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보고 친환경 부표를 개발했다. 그는 “역발상으로 합성수지에 천연첨가제를 배합한 후 대칭성 굴곡을 주고 열로 붙이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안팎의 온도 차이로 안에 물이 생기는 결로현상이 없어 부력과 내구성이 강하며 부표에 달라붙는 따개비나 굴도 금세 떨어지게 만들어 전복도 잘 크고 그물도 안 찢어져 납품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억원을 들여 전남 담양 공장을 인수해 친환경 부표의 대량 양산 체제도 준비하고 있다.
4대강·상수원·저수지·골프장·바다의 골칫거리인 녹조·적조 처리 기술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는 녹조를 죽이거나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방식이라 녹조가 썩어 분해되면 질소와 인이 나와 햇빛을 받으면 다시 녹조가 생기는 악순환을 겪는데 아예 질소와 인을 제거해 녹조 영양물질을 차단하는 기술을 실용화하는 단계에 있다.
현 대표는 “창업에 나섰다가 수없이 실패했지만 오뚝이 정신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어왔다”며 “젊은이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