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의식했나...조용히 끝난 北 열병식

생중계 없이 1시간40분만에 끝내
정부, 동원 장비 정밀 분석 들어가
김여정, 오늘 전용기편으로 입국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광장에 집결한 군인들을 사열하고 있다./연합뉴스
‘평화의 축제’를 지향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북한이 끝내 열병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행사 규모가 크게 줄었고 언론을 동원한 대대적인 대외 선전전도 없었다. 올림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립무원 탈피와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방남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력 과시를 자제해야 국제사회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이 9일 전용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인 고려항공 대신 전용기를 이용함으로써 막판에 제재 논란이 커지고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피하겠다는 노림수로 판단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오전11시30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며 “다만 내용과 구성은 다소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 당국이 분석한 열병식 소요 시간도 1시간 40분 미만으로 전년의 2시간 50분보다 1시간 이상 줄었다. 그는 동원된 장비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이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서울시간) 녹화 된 장면을 편집 송출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통상 열병식 등 주요 국가행사를 30분~1시간 정도 늦게 시차 중계했으나 최근 2년간은 생중계해왔다”고 말했다.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총을 든 군인들이 도열해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처음 치르는 ‘한겨울의 열병식’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건군절은 당초 2월8일이었다가 1978년부터 4월25일로 옮겼고, 올해 다시 2월8일로 공식화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그간 열병식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북한이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를 의식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수단 역시 제재 논란을 피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마식령 전세기와 만경봉92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북한의 전용기는 9일 평양을 출발해 오후1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대표단이 내리면 체류 없이 바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의 이 같은 처사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제재 대상임에도 남북 고위급 대표단 일원이 포함된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 제재 면제를 검토하고 회원국에 건의했다. 결국 북한은 해로·항로 등 이동 통로는 물론 품목·인물 등 모든 부문의 대북 제재를 실질적으로 골고루 건드려 보고 국제사회 관심 끌기에도 성공한 셈이다. /권홍우·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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