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요한 뵈브만씨가 지난해 육아휴직 기간에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주한 스웨덴대사관
스웨덴에서 재료개발자로 일하는 요한 뵈브만(39)씨는 지난해 8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앞서 아내가 8개월간 육아휴직을 한 뒤 ‘바통터치’하고 세 아이의 육아를 전담했다. 뵈브만씨 부부는 부부 합산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 중 390일에 대해서는 월평균 소득의 80%까지 정부 지원을 받았다. 정부의 지원 속에 뵈브만씨는 재정적 고민을 덜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뵈브만씨는 육아휴직 기간에 대해 “아빠로서 자신감을 얻었고 아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고 술회했다.
스웨덴에서 뵈브만씨 같은 사례는 드문 경우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른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거리를 오가는 아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가족을 위해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을 ‘라테파파’라고 부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서 스웨덴은 하루 평균 300분을 기록해 평균 6분에 그친 한국과 50배의 격차를 보였다. ‘육아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도 스웨덴은 45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45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남성 육아휴직의 선구자다. 스웨덴은 1974년부터 육아휴가제를 부부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육아휴직할당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강하게 독려했다. 스웨덴은 부모가 480일의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데 남녀 모두 60일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360일은 부모가 공유할 수 있는 형태다. 390일은 월급의 80%를 보전해준다. 대부분의 스웨덴 남성은 3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1993년부터 남성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남녀 모두 14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노르웨이는 1993년 육아휴직 개혁 전에는 고작 3%의 아버지만 육아휴직을 냈지만 개혁 이후인 2014년 남성 참여율이 32%까지 증가하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북유럽 국가뿐 아니라 유럽 국가 대부분은 육아휴직이 유급이다. 국가별로 기간·임금보전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남성의 육아 분담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2007년 가족정책 개혁을 실시하면서 최대 14개월까지 월급의 65%를 보전해주는 육아휴직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은 2001년 1.5%에서 2008년에는 18%로 10배 이상 늘었다. 룩셈부르크는 부모 중 한 명에게 6개월씩 두 번의 휴가를 허용하면서 매달 1,800유로(244만원)가량을 지급한다. 미주 국가 중에서는 캐나다 퀘벡주가 부모 두 사람에게 최대 55주(남성 할당 5주) 동안 55~70%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있다. 미국은 유급 부모휴가제도가 없지만 부모가 최대 12주까지 무급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남성의 출산휴가를 인정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핀란드·프랑스·영국 등은 출산 후 ‘부성휴가’를 유급으로 제공한다.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3일을 인정하는 한국에 비해 핀란드는 무려 9주(70%)간의 휴가를 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