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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 46분께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을 비롯해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게이트를 통해 북측 대표단과 함께 나왔다. 3명의 북측 기자들을 앞세우고 김 상임위원장과 남 차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김 제1부부장이 따랐다.
북한 대표단을 기다리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자 김 상임위원장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제1부부장도 대기하던 남측 인사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 등은 조 장관의 안내를 받아 공항 내 의전실로 이동했다. 북한 대표단 단장인 김 상임위원장의 뒤를 따른 김 제1부부장은 검정 코트와 털 목도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김 제1부부장은 시종일관 많은 말을 삼간 채 미소를 띠고 있었다. 주변의 취재진을 바라볼 때는 턱 끝을 들어 올려 다소 도도해 보이는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의전실로 입장한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은 조 장관, 천 차관, 안 차장의 맞은편에 섰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카운터파트너인 김 상임위원장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제안했다. 순간적으로 김 상임위원장은 눈치를 보며 김 1부부장에게 1인용 소파를 가리키며 먼저 앉으라고 권했다. 김 제1부부장이 웃으며 앉으라는 손짓을 하자 그제서야 먼저 자리에 앉았다. 조 장관의 반대편에는 김 상임위원장이 앉았고 김 제1부부장은 김 상임위원장의 오른편에 앉았다.
할아버지뻘이라는 나이를 떠나 김 상임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이다. 북한 권력 서열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2위로 평가받는다. 김 1부부장의 공식 권력 서열은 김 상임위원장보다 한참이나 못 미친다. 북한내 ‘김씨일족’에는 나이는 물론 권력 서열도 무의미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날 김 상임위원장은 “지금 대기 온도가 몇 도나 되나”라고 묻자 현장 관계자가 15도임을 알려줬고 조 장관은 “많이 풀렸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조 장관의 말을 받아 “평양 기온하고 별반 차이 없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며칠 전까지도 꽤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하니 날씨도 그에 맞춰 따뜻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예전에 우리가 동양예의지국으로 알려진 그런 나라였는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라고 답했다. 언론에 공개된 환담 시간에 김 제1부부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