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긴축 속도]"美, 네번 이상 금리 올릴수도"...글로벌증시 조정국면으로

"증시 고평가 따른 조정 과정"
美연준 3월 금리인상 힘 실어
영란은행도 조기 긴축 예고
"각국 중앙은행 경기개선 자신"
국내 증시 파급력 제한적 예상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주가를 보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미국 뉴욕 증시 폭락의 영향을 받아 전 거래일보다 4.05% 떨어진 3,129.85에 거래를 마쳤다. /베이징=EPA연합뉴스
미국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發) 긴축이 각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돌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영국이 조기 긴축 카드를 꺼내 들고 멕시코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각국이 통화 조이기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을 필두로 각국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초래할 예산안이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미 연준이 증시 고평가에 따른 조정을 새로운 거시경제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여겨 3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데 무게를 실으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에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아직까지 합리적”이라고 밝혀 3월 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증시 하락세는 그리 대단치 않다”며 “경제가 더 강해진다면 금리 인상이 네 번이나 그 이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BOE)도 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고 긴축 대열에 가세해 채권 금리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마크 카니 BOE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지난해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앞당겨 더 큰 폭으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조기 긴축을 예고했다. 연준의 3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자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7.5%로 0.25%포인트 올리며 페소화 급락 등 외환시장 동요에 대비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모드는 어김없이 채권 금리 상승과 증시 급락을 촉발하며 긴축에 의한 조정국면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32.89포인트(4.15%) 떨어진 23,860.46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3.90% 하락한 6,777.1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미국은 전날 장 후반 미 의회가 2년 기한의 장기 예산안에 합의하며 정부 지출을 약 3,000억달러 늘리기로 한 여파로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올라 증시를 흔들었다. 미 국채 10년물은 이날 2.843%에서 거래를 시작해 2.884%까지 상승했다. 뉴욕증시 급락에 9일 아시아 증시도 어김없이 흔들렸다. 특히 중국 증시는 미국발 충격파가 고스란히 반영돼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6% 가까이 하락하는 폭락 장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셀트리온의 이전상장이라는 이슈에 하락폭이 줄기는 했지만 1.82% 하락하며 2,400선이 무너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230만원선도 무너졌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상승 종목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국채발작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시장은 이어지는 악재에 휩싸여 있다. 미 의회가 이날 저녁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재발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미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재정적자 확대가 국채발행을 늘려 채권 금리를 올릴 경우 자금이동을 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채권 전략가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간 ‘밀고 당기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글로벌 긴축 조짐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현재까지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조금씩 해외 증시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은 셀트리온이 빠져나갔음에도 2.24%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이 결국 각국 중앙정부의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 만큼 조정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모두 거시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며 “이번 증시 조정은 수급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뉴욕=손철특파원 유주희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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