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가 늘면서 최근 강남 4구에서 점포를 담보로 한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속도 조절 측면에서 조만간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201조2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8,022억원이나 증가했다. 올 1월에만도 1조1,642억원 늘었다.
통상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동산임대업은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은행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왔다. 대부분 담보대출이어서 손실 위험이 작고 자영업자가 중소기업보다 연체율이 낮아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설 연휴 직후 강남 4구 부동산 대출 규제 준수 여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강남 지역 과열 현상이 주변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 및 영업점에 대해 LTV·DTI를 점검하고 위규 사항이 적발되면 엄정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개인사업자대출 점검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강남 11개구의 주택 평균매매가격은 7억98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2% 상승했다. 강남 집값이 뛰면서 올 1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조4,000억원 늘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났다. 저금리에 부동산 시장 활황까지 더해지며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와 오피스텔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됨에 따른 편법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12월 상가 매매 거래량은 1만9,886건을 기록, 1년 사이 7,000건 이상 늘었다.
당국은 물론 은퇴 이후 요식ㆍ숙박업 같은 일반 자영업보다는 노후에 대비해 매달 금액(월세)을 받는 식으로 안정적인 수익형 임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했다. 당국 관계자는 “상가 거래량이 많이 늘면서 특히 60세 이상 개인사업자대출이 많아졌다”며 “향후 가격이 떨어져 담보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부작용이 염려돼 사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아울러 자영업자 대출 중 사업자등록증을 허위로 발급 받아 대출이 이뤄진 경우도 있는지 살필 방침이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금융기관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4%로 2010년 대비 32%포인트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특정 부문에 대한 대출이 전체 대출 규모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증가세가 빠를 경우 시장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해당 부문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음달부터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을 임대수익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산출해 대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임대소득이 대출이자보다 주택은 1.25배, 비주택은 1.5배 이상 높아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